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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중산층 생활 유지 점점 더 어려워진다

2018-11-06 (화)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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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성향 싱크 탱크 ‘제3의 길’ 조사

▶ 전국 평균 직업 62%생활비 대비 소득 턱없이 부족

뉴요커 중산층 생활 유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뉴욕시는 렌트 등 너무 비싸 67% 중산층 생활 못해

#뉴욕에서 홍보 일을 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5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지만 중산층 생활을 포기한지 오래다. 스튜디오 한 달 렌트가 1,500달러로 주거비 부담이 너무 커 휴가여행은 포기했고, 외식은 한 달에 한 번, 점심식사는 전날 저녁식사에서 남은 음식으로 대충 때우고 있다. 김씨는 “비싼 렌트로 저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절망적”이라며 “그럼에도 뉴욕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도시에 비해 그나마 내 분야에 더 많은 기회(직업)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요커들의 중산층 생활 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진보성향 싱크 탱크인 ‘제3의 길’(Third Way)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직업의 62%가 도시 생활비 대비 소득 면에서 중산층의 삶을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3의 길’은 연소득 2만6,070달러 이하인 ‘생계유지곤란 직업’(hardship job)과 2만6,071달러~4만4,066달러인 ‘생계유지 직업’(living-wage job)을 중산층 생활이 어려운 직업으로 분류했다. 또한 연소득 4만4,067달러~7만9,085달러의 직업을 중산층의 삶이 가능한 ‘중산층 직업’(middle class job)으로, 7만9,085달러 이상을 ‘전문 직업’(professional job)으로 각각 분류했는데 전국 평균, 38% 직업만이 중산층 혹은 그 이상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연소득 기준, 미국 내 직업의 30%가 성인 1명의 생계유지조차 곤란했고, 직업의 32%는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생활이 가능한 직업은 23%, 전문직은 15%에 불과했다.

‘제3의 길’은 중산층 직업이 부족해진 이유로 십여 년 새 수백만 개의 중산층 일자리가 중국 등 노동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들로 옮겨갔고,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가 확산 됐기 때문으로 분석 했다.

뉴욕시 경우, 중산층 생활을 할 수 없는 직업이 67.2%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생계유지곤란 직업이 37.2%, 생계유지 직업이 29.9%, 중산층 직업이 17.8%, 전문 직업이 15.1%로 전국 204개 도시 가운데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기회 지수에서 135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뉴욕시 등 대도시는 한인 김모씨와 같이 중산층 직업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렌트 등 생활비가 너무 비싸, 중산층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낫소카운티와 서폭카운티 등 롱아일랜드의 상황은 더 심각했는데 생계유지곤란 직업이 44%, 생계유지 직업이 32%로 중산층 생활이 불가능한 직업이 전체 73.1%에 달해 전국 최고수준에 올랐다. 중산층 직업은 15%, 전문직업은 9%로 역시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기회 지수에서 전국 19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최근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중산층의 비율은 52%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그 이상 계층은 2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 역시 두개 이상 직업을 갖고 있거나, 투자처를 소유하고 있었고, 유산상속이나 다른 가족 중 고소득자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업률이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직장의 급여만으로는 생계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직업을 갖고 있어도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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