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면제 된다고?… ‘여호와의 증인’ 가입문의 급증

2018-11-06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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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복무가 병역기피 전락”반발

▶ “안보 무시 특정종교에 편향”파문

군면제 된다고?… ‘여호와의 증인’ 가입문의 급증

병역 대체 복무지로 교도소와 소방서가 검토되자 종교적 병역 거부자 무죄를 지지하는 단체가 ‘또 다른 차별’이라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

여호와의 증인 신자의 병역 기피에 대해 한국 대법원이 지난 1일 무죄 판결을 내린 이후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군 입대 대상층 청년 사이에서 여호와의 증인 입교를 통해 군 생활을 피해보려는 관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교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일부 사회단체는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 장소를 교도소와 소방서 등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또 다른 차별’이라고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군대에 가면 양심이 없는 것이냐’는 반발에 이어서 ‘대체 복무까지 골라 하겠다는 것이냐’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종교적 양심이 아닌 일반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해 대법원이 또 다른 심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여호와 증인 가입 문의가 폭증한 것과 관련해 5일까지 뉴스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호와의 증인’ 가입을 묻는 글이 연달아 게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종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는 무죄 판결 이후 청년들의 최대 화두는 ‘여호와의 증인’이었다고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기독교, 불교였어도 열불날 판에 여호와의 증인은 뭐냐?’ ‘이러다 전 국민이 여호와 증인 가입 하는 거 아님?’ ‘군 면제 캐시템 나왔다. 현질하자’ ‘여호와의 코인 떡상했다. 언능 버스 타라’ ‘양심적으로 군대 간 것을 후회하고 자존감과 국가관에 심한 외상을 입어 국가에 배상청구를 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인터넷에는 “여호와의 증인에 가입하면 군면제 혜택을 준다고 해서 급히 묻는다.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을 때 신자라는 증명서만 주면 면제가 되느냐” “대법원 결정을 매우 환영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가입하고 정당하게 병역 면제를 받고 싶다” “지하철 부근에 여호와의 증인을 자주 모집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많이 늘어나겠다” 등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들 낳으면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키우고 싶다"거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어서 군대 안 가고 돈 벌고 싶다"고 글도 있다. 여호와의 증인을 믿으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여호와의 증인’과 ‘비트코인’을 합쳐 ‘여증 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국기독교연합은 성명에서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안보 현실을 무시한 판결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낳을 우리 사회의 혼란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제 대한민국은 군대 가지 않기 위해 ‘나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줄을 서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는 애국심을 양심으로 둔갑시킨 자들의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법률기관 사이에서도 결정이 다르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종교를 위해 헌법적 우선순위를 뒤바뀌게 하고 국가의 안위와 안보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법 조항을 무력화시킨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일반적 신념을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이 심리 중인 것으로 확인돼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 2부는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곽 모(22)씨의 상고심 사건을 지난해 9월부터 심리 중이다. 곽씨는 병역거부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과는 다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는데도 대체복무제 없이 강제징집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 “병사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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