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서 태어났다고 자동 시민권 못준다”

2018-10-31 (수) 07:06:29 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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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출생 시민권 폐지 행정명령 추진 파문

▶ 앵커 베이비·원정출산 등 원천봉쇄

중간선거 앞두고 보수층 지지 얻으려는 포석
수정헌법 14조 권한 놓고 법적 논란 예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불법체류자나 일시 체류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이 미국 땅에서 낳은 아기에게도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는 제도를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자국에 있는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법을 적용한다는 법률 원칙상 '속지주의'에 따른 권리를 철폐하겠다는 뜻으로 미국 영토에서 출생한 아기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고 있는 수정헌법 제14조와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30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체류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헌법상 권리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이는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이는 말도 안 된다.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연방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철폐할 수 있는 지를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기존 '반이민정책'의 연장선에 있으며 목전에 다가온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으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는 '앵커 베이비'(원정출산으로 낳아 시민권을 얻은 아기)와 '연쇄 이민'(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부모•형제 등 가족을 초청하는 제도를 활용한 연쇄 이민)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펼쳐온 강경 이민정책에서 가장 극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출생시민권 제도가 폐지되면 미국에서 출생한 불체자 자녀의 자동 시민권 취득은 물론 미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원정출산 등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법적 쟁점과 관련해 "자문단이 검토한 결과, 이번 사안을 연방의회의 법안 처리를 통해 명확히 처리할 수도 있지만, 행정명령으로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명령 추진과 관련,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의 자문 대표를 지낸 린든 멜메드는 소수의 이민 및 헌법학자들 만이 대통령이 출생시민권을 행정명령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이와 관련 연방대법원은 합법 영주권을 가진 이민자가 낳은 자녀는 시민권을 갖는다고 이미 판결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수정헌법 14조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불법 이민자나 일시적인 법적 지위를 가진 이들과 관련해선 명확한 판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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