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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안 받아요”거꾸로 가는 한인업소

2018-10-17 (수)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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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결제 줄고 카드결제 증가 ‘캐시리스 시대’

▶ 송금앱 벤모 · 애플페이 등 이용자 급증

“카드 안 받아요”거꾸로 가는 한인업소

일부 한인업소의 계산서에 현금 결제에 따른 혜택 내용이 적혀있다.

#한인 김모씨는 지난 주말 퀸즈 소재 한 식당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들이 가면서 전화로 김밥을 주문한 후 픽업을 하려는데 크레딧카드를 받지 않았기 때문. 수중에 현금이 없었던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인근 ATM에서 현금을 뽑아 음식 값을 지불해야 했다. 김씨는 “주문을 받을 때 크레딧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 없었다”며 “커피 한 잔도 크레딧카드로 결제하는 시대인데 아직도 현금만을 고집하고 있는 한인업소가 있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캐시리스’(Cashless)가 보편화하고 있지만 일부 한인업소 경우, 아예 크레딧카드를 받지 않거나 현금 결제 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퀸즈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한 식당은 입구에 ‘캐시 온리(Cash Only)’라는 문구를 크게 써 붙여 놓았고, 플러싱에 위치한 한 식당은 ‘크레딧카드는 받지 않습니다(No Credit Card Accepted)’라는 문구를 계산대 앞에 써 붙여놓는 등 적지 않은 수의 한인 업소들이 아직도 크레딧카드 결제에 부정적이다.


퀸즈 우드사이드에 위치한 한 한인업소도 주말에는 무조건 현금 결제만 받고 있고, 인근의 또 다른 한인 업소는 현금 결제시 1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주말 현금 결제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맨하탄 소재 한 한인 식당을 찾았던 한인 이 모씨는 “식대가 37달러(텍스 포함) 나왔는데 현찰 결제 시 35달러만 내면 된다고 해 호주머니 잔돈까지 탈탈 털어 현찰로 지급했다”며 “2달러를 절약해 기분은 좋았는데 캐시리스의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씁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부 업소들이 크레딧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카드 수수료(Swipe fee)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카드를 긁을 때마다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가 결제 금액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건당 60~80센트가 일률적으로 붙기 때문으로 특히 소액 결제 경우, 업주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것.

하지만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가 최근 ‘닐슨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현금 결제는 약 7% 감소했으나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를 활용한 카드 결제는 무려 50%나 상승했다.

특히 뉴욕과 시애틀, LA 등 다수의 도시에서 오히려 현금 결제를 거부하며 카드만 받는 업소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현금 결제를 거부한 한 주류업소의 대표는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을 종업원들에게 배분하는 문제와 마감 후 정산하는 문제 등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를 병행할 경우, 발생하는 여러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만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현금 결제가 감소하고 카드 결제가 증가하면서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한 후 한명이 대표로 결제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벤모’(Venmo), ‘젤레‘(Zelle), ’스플릿와이즈‘(Splitwise) 등 송금 앱을 통해 금액을 송금하거나 ’삼성페이‘, ’구글페이‘, ’애플페이‘처럼 자신의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입력해 아예 지갑조차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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