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가를 바라는 헌금은 ‘예물’ 아닌 ‘회비’ 일뿐

2018-09-19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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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뽐내거나 적선하듯 내고, ‘내 돈’으로 여겨선 안돼

▶ 헌금하고 유일한 후회는, ‘다음엔 더 많이’가 돼야

대가를 바라는 헌금은 ‘예물’ 아닌 ‘회비’ 일뿐

헌금은 마음의 자세에 따라 예물이 될 수 있고 공과금이 될 수도 있다. [AP]

하나님의 자리를 돈이 넘보는 세상에서 헌금의 정체성은 중요하다. 절대자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는 올바른 헌금이 이뤄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헌금의 무게가 자리잡지 못한 채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도 없다.

기독교인이 교회에 내는 헌금은 과연 ‘하나님에게 바치는 감사의 헌물’일까, 아니면 ‘교회 조직의 일원으로서 지불하는 회비’일까. 라이프웨이 그룹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최근 칼럼을 통해 헌금의 정체성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발표했다.

레이너 목사는 “교인들이 십일조나 헌금을 보는 시각을 알면 정말 놀랄 것”이라며 “마음의 자세가 교회를 향한 헌신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전했다. 교회를 통해 하나님에게 드리는 순수한 예물이 될 수도 있고, 권리나 반대급부를 바라고 내는 멤버십 공과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헌금이 ‘하나님께 바치는 나의 순전한 제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금해야 한다. 두 번째는 헌금을 하면서 절대 ‘내 돈’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 헌금을 하는 댓가로 교회로부터 아무 것도 받으려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로 그리스도 제자의 길을 가는 한 부분으로 헌금을 바라보아야 한다.

다섯 번째는 헌금을 하면서 인정을 받거나 특권을 얻으려 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 헌금을 기쁨으로 드려야 한다. 일곱 번째로 헌금을 한 뒤 후회하는 심정이 들 때가 있는데, 헌금을 너무 많이 했다는 후회가 아니라 다음에는 더 헌금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점이다. 여덟 번째, 헌금은 생활에 쓰고 남은 돈을 내는 게 아니라 항상 수익에서 우선 구별해 내는 ‘첫 열매’라는 점이다.

이런 자세와 마음으로 교회에 내는 헌금은 진정한 예물이 된다. 하지만 모든 헌금이 바른 신앙과 정성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마지못해 내는 헌금부터, 댓가를 노리는 헌금, 뽐내기 위한 헌금, 남는 돈으로 동냥하듯 내는 헌금 등 ‘부정한 헌금’의 행태는 다양하다.

첫 번째로 일정한 자격이나 권리를 위해 회원비 처럼 헌금을 내는 자세를 지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헌금을 한 뒤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다. 세 번째, 교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헌금을 중단하는 교인이 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은 다른 교인도 자기처럼 하도록 부추긴다.

네 번째는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헌금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돈은 ‘하나님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일 뿐이다. ‘내 돈’을 냈으니 상응하는 댓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선적으로 열매를 바치는 게 아니라 쓰고 남은 돈을 내는 헌금도 해당된다. 여섯 번째는 헌금을 하고 나서 교회 예산 지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경우다.

일곱 번째, 이런 교인은 ‘내 돈’으로 더 많은 힘을 가졌다 싶으면 이후에 지정 헌금을 내기 좋아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는 교회 헌금을 본인의 자랑으로 여기는 경우가 포함된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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