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카 성폭행 시도까지… 끊이지 않는 교회 성폭력

2018-08-23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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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서울 온누리교회 목사 해임, 교회“불륜”피해자“성폭행”

▶ ■ 이민교계서도···길거리 음란행위 목사 체포, 뉴욕에선 미성년 추행 사임

조카 성폭행 시도까지… 끊이지 않는 교회 성폭력

교회에서 성문제가 잇따르면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이 열렸다. <연합>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교회 성폭력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이민교회와 한국 교회 모두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이민교회 출신 1.5세 목사가 한국 대형교회에서 목회하던 중 교인과 성관계를 갖다 사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22일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목사 박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박 목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교단 측에는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인 박 목사는 지난해 봄 혼자 사는 조카 집에 찾아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카는 박 목사가 개척한 교회 신자이기도 했다.


이날 1심 판결에 대해 박 목사 교회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충격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성적 차별과 혐오, 폭력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고 이와 관련한 정책과 교육, 제도의 보완이 절실함을 통감한다”며 “이번 기회에 법과 제도, 교육과 피해자 지원체계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울의 대형 교회인 온누리교회는 성문제를 일으킨 목사를 지난달 해임했다. 온누리교회는 홈페이지 올린 사과문을 통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법에 따라 불륜을 범한 정 모 목사를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또 정 목사가 소속된 미국 교단에 이 사실을 전달해 엄중한 징벌을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목사는 이재훈 온누리교회 담임목사가 섬기던 동부 지역의 이민교회에서 부목사로 시무하다 이 목사와 함께 온누리교회로 사역지를 옮겼다. 온누리교회에서도 외국인 목회자 집회에서 동시통역을 도맡는 등 주목을 받아왔다.

정 목사는 신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해임됐지만 해당 신도는 “불륜이 아니라 전형적인 목회자의 성폭력”이라며 “교회 측에서는 피해자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륜이라고 단정해 서둘러 수습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인은 교회 성폭력 관련 단체와 함께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확산과 함께 그동안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교회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시민단체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서울에서 출범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는 한국 교회에 성폭력 관련 법안, 정책 등이 잘 마련돼 있지 못하다며 교회 성폭력 근절에 나서고 있다. 이 위원회는 2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교회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민교계에서도 성문제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오렌지카운티 은혜한인교회 산하 그레이스미션대학교에서 인류학 등을 강의해 온 허동현 목사가 도로변에서 길을 가던 여성들을 상대로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LA카운티셰리프국은 허 교수를 공공장소에서의 ‘성기 노출’ 등 2건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에 있는 중형교회에서 30여 년을 시무한 L목사가 지난 2016년 2월 미성년자 추행 혐의로 인해 갑자기 사임했다. 이 목사는 2010년에도 ‘부적절한 성적 접촉’ 혐의로 퀸즈카운티 법원에 기소된 바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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