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계에도 ‘미투’ 열풍… 사역 전반 변화 불가피

2018-08-16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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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하이벨스 목사 성추문 이후, 목회자 선발 미투 신원조사 강화

▶ 목사-스탭 출장때 남녀 여행 금지, 소형교회 사무실도 크게 바뀔듯

교계에도 ‘미투’ 열풍… 사역 전반 변화 불가피

‘미투’ 여파로 윌로우크릭교회 목회진과 장로들이 사임을 밝혔다. 사진은 성추문에 휩싸인 시카고의 윌로우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 [AP]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열풍 앞에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연예계에서 시작된 ‘미투’ 바람은 정계와 재계, 학계를 거쳐 교회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던 시카고의 윌로우크릭교회 빌 하이벨스 목사도 교회 직원들의 잇딴 폭로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윌로우크릭교회 목회자들과 장로들은 이달 초 전원 사임 결정을 밝혔다. 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는 이제 윌로우크릭교회 교인 모두 ‘그릇된 충성심’에서 벗어나 ‘올바른 충성심’을 되찾고 교회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때라고 지적했다.


라이프웨이 리소스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13일 칼럼을 통해 ‘교회에 끼칠 ‘미투’의 영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목회자는 물론 장로 등 리더들과 교회 스탭, 교인들의 관계 및 사역 전반에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빌리 그레이엄 룰’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는 단 둘이서는 절대 함께 있지 않겠다는 게 ‘빌리 그레이엄 룰’의 핵심이다. 상담 현장이나 출장 여행, 각종 미팅에도 이 룰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지금까지 ‘빌리 그레이엄 룰’은 율법적이고 불평등하며 낡은 원칙이라고 조롱받고 무시를 받아 왔다. 하지만 좀더 일찍 이런 원칙을 교회가 포용했더라면 가슴 아픈 수많은 비극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새로 목회자나 스탭을 뽑을 때 신원 조사에 ‘미투’ 항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상당수 교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조치다. 신용, 전과, 소셜미디어 등의 신원 조사는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본인과 교회에 수치스러운 상황을 불러 올 만한 짓을 과거에 한 적이 있는 지도 반드시 점검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특히 소형교회 사무실에 ‘미투’의 여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의 모든 소형교회 사무실에서는 목사와 스탭 두 명이 일을 한다. 목사와 스탭이 이성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특히 소형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또 목사나 스탭의 출장 여행 모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 분명하다. ‘빌리 그레이엄 룰’은 남녀 두 사람 만의 여행을 당연히 금지한다. 아무리 단거리 여행일지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많은 교회들이 이런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교회들도 출장 원칙을 바꿔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요소들에 대해 교회가 한층 민감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투’ 이후 세상은 변했다. 교회도 그런 변화의 한 부분이다. 단지 교회의 각가지 원칙과 룰만 변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 대하는 언어와 태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런 변화가 교회에서 함께 사역하고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오가는 모든 말과 행동에서 더욱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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