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사람이 제일 무섭다. 사람사업이야말로 제일 중요하면서도, 또한 제일 어려운 일 아닐까?
내 몸속에서 나고 자란, 나 닮은 내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또 서로 좋다고 결혼해서 한 이불 속에 사는 부부도 서로 웬수가 되는 판에, 정말 나를 이해하고 나를 지켜줄 사람을 어디서 찾을까?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요한복음에서 말씀하셨는데,
내 등 뒤에 칼을 꽂는 이 말고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쳐줄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에게 의리를 지켜줄 그런 친구 하나라도 내게 있을까?
나는 살아가면서 똑똑한 척은 혼자 다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참 한심한 바보다. 나는 사람보는 눈은 꽝이다. 내 인생에 가장 어려운 고비들은 다 내가 뽑아 그 자리에 세운 사람들에게서 왔다.
참,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첫째 나는 사람보는 눈이 꽝이다. 다시는 내 자신을 믿지말자. 나는 나를 안 믿는다. 그래서 나 대신 지혜롭고 정의롭고 똘똘한 사람을 옆에 많이 두어 그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한다. 둘째, 본당 신부, 이것 참 할 짓이 못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좋다고 뭐라도 해줄 것처럼 하다가 조금만 마음이 삐지면 금새 등을 돌린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니 그들을 다 만족시킬수는 없다.
가난하게 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호화롭게 대저택에서 주교님들이 산다고 텔레비젼이나 신문에 스캔들이 되어 난리가 났을 때, 우리 대주교님도 부자 동네에 수영장과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큰 집을 개축하고 있다고 언론에 찌른 것도 우리 교구 신부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설마 그럴까 하다가도 아니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대주교님의 마음은 오죽 할까 싶다.
다른 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게 나의 사제직이라서 수많은 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이 달래지고 가라 앉는다. 얼마나 아프고 어렵고 힘들게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지! 세상에 시련과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 울부짓고 아프고 괴로워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니 불평하지 말자. 그래도 사제인 나는 백 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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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요셉신부/팰팍 마이클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