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 “스스로 약속 파기 유감 총무원 불신임 조치 검토”
▶ 내홍 휩싸인 불광사는 조계종 첫 사찰노조 설립
조계종 불광사 종무원들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출범을 발표했다. <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처자 및 재정비리를 둘러싼 공방전과 사퇴 번복에 더해 불광사 내홍과 이에 따른 사상 최초 사찰노조 설립에 이르기까지 불교계에 휘몰아친 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전날 사퇴 입장 번복에 유감을 표하며 14일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종정 예하의 교시는 물론이고 종도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입장 번복”이라고 우려와 유감을 표하면서 “16일 임시중앙종회 이전 용퇴약속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종단 혼란의 본질은 설정 스님에게 제기된 친자 의혹과 이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제라도 부디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해 즉각 용퇴하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6일 중앙종회와 22일 원로회의에서 종도와 국민들의 뜻을 담은 의견이 모이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을 의결하고 원로회의에서 이를 인준함으로써 설정 스님이 사임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그러나 총무원장 스님께서 스스로의 약속을 깨뜨린 데 이어, 이러한 대의마저 무시할 경우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총무원 집행부를 불신임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헌종법 테두리 안에서 종단 개혁에 대해 공감하고 동참하는 활동이나 의견개진과 논의는 환영하지만, 구성원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승려대회는 종헌질서를 무너뜨리고 종단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전국선원수좌회 등이 23일 개최를 추진하는 전국승려대회에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설정 스님의 입장 변화에 조계종의 혼돈이 예측 불가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일단 16일 개최되는 중앙종회 임시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종회의원 43명이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안건 채택 여부는 15일 발의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상정되며,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불광사가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조계종 사찰 최초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불광사 종무원들은 14일 고용안정과 신변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밝혔다. 불광사 전체 종무원 30여명 중 가입 인원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표성을 지닐 만큼 인원을 확보했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일부 신도가 불광사를 점거하고 있고 자신들은 불법적 징계와 폭력을 당했다며 업무방해 중단과 종무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창건주인 서울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는 최근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지홍 스님이 부설 유치원에서 부당하게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고, 광덕문도회 일부 스님과 신도는 지홍 스님에게 창건주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종무원들은 불광사의 합법적 창건주는 지홍 스님이며, 법적 권한이 없는 측에서 종무원들을 징계하고 사찰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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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