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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보조심장이 심장기능 회복 돕는다…한살배기서 첫 사례”

2018-08-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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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브란스병원, 청소년 대상 체내 인공심장 이식도 성공

“인공 보조심장이 심장기능 회복 돕는다…한살배기서 첫 사례”

아이의 심장과 연결된 인공심장을 살펴보는 의료진. 소아는 체구가 작아 인공심장을 몸 속에 삽입하는 성인과 달리 외부에서 직접 연결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심장질환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한 살배기 아기가 인공 보조심장 부착 후 심장 기능이 회복돼 건강을 되찾았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심부전의 일종인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한 살배기 A(가명)양에게 3세대 인공 보조심장으로 불리는 '좌심실 보조장치'(LVAD)를 체외에 부착,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6일(이하 한국시간기준) 밝혔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폐·간·콩팥 등 각종 장기가 기능을 잃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의 심장이나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하는 게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인공 보조심장의 경우 완전한 심장은 아니지만, 양수기처럼 피를 끌어다가 대동맥에 흘려줌으로써 좌심실 기능을 대체한다. 다만, 아직까지 인공 보조심장은 성인에게만 이식이 가능한 데다, 그마저도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머물렀다.

A양은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 이하로 떨어져 있어 심장과 폐기능을 대체하는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없이는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심장혈관병원 박영환(심장혈관외과)·정조원(소아심장과) 교수팀은 A양에게 지난 1월 8일 인공 보조심장을 체외에 부착하는 수술을 했다.

이 수술 후 A양은 심장기능이 차차 좋아지면서 몸이 붓는 증상이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했다. 또 또래처럼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정상적 발달과정을 거치고, 소화기능이 회복돼 입원 시 6.5㎏이던 체중도 9㎏까지 늘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급기야 6월 말에는 부착했던 인공 보조심장을 모두 제거하고도 자가 호흡에 문제가 없었다. A양은 지난달 6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의료진은 그간 인공 보조심장이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머물렀던 것을 넘어 근본적인 심장 치료에 성공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술을 집도한 박영환 교수는 "이제까지 인공 보조심장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유지의 연결 고리'의 역할에 그쳤지만, 이번 수술 성공으로 상실된 심장기능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청소년 B(14)양에게 인공 보조심장을 체내에 이식하는 수술에도 처음 성공했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인공 보조심장을 아예 몸속에 넣은 것이다.

B양은 이 덕분에 심장이식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다른 환자와 달리 지난달 17일 퇴원해 2학기부터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수술을 집도한 신유림(심장혈관외과)·정세용(소아심장과) 교수는 "체구가 작아 수술이 어려웠지만, 세밀한 내부 장기 구조 분석과 수술계획으로 청소년 환자에게 처음으로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두 아이가 향후 심장이식 없이 심장 기능이 잘 회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치료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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