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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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장사 한창인데 일손구하기 힘들어요”

2018-08-04 (토)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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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과·식품·수산·건설 등 전통업종 구인난 심각

▶ 히스패닉 등 타인종 경력직원 찾기 ‘하늘의 별따기’

NFIB 리서치센터 “전국 중소업체 3곳 중 1곳 인력난”

여름철 한인업체들의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무더위 속 여름 장사가 한창이지만 원하는 직원을 제때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한인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특히 청과와 식품, 수산, 건설 등 한인 전통업종의 구인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왔다는 평가다.


퀸즈에서 델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그동안 직업소개소를 통해 멕시칸 등 경력이 있는 히스패닉계 직원을 채용해 왔는데 경력은 물론 신입 직원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 이민 무드 탓에 멕시칸 직원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국적 불문 히스패닉계 직원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뉴욕한인식품협회 박광민 회장은 “인건비와 렌트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구인난까지 겹쳤다”며 “최근 들어서는 네팔과 티벳계가 히스패닉계의 빈자리를 일부를 채우고 있지만 대부분 경력이 없어 새로 일을 가르쳐야 하는 등 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고 밝혔다.

한인수산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브루클린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박 모씨는 “수산업은 생선 손질 등 손이 많이 가는 직종이라 부지런하고 성실한 직원을 필요로 하는데 맘에 드는 직원 찾기가 쉽지 않다”며 “업계 특성상 멕시칸 선호도가 높지만 멕시칸 직원은 이미 프리미엄이 붙어 찾기도, 채용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일용직 근로자 구인이 가장 많은 한인건설업계도 여름철 성수기를 맞았지만 구인난에 따른 공사지연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퀸즈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이 모 대표는 “일용직이지만 일의 성격상 길거리에서 구인하지 않고 직업소개소를 통해 경력이나 기술이 있는 직원을 매일 채용하고 있는데 절대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한 프로젝트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한인건설협회 김영진 회장은 “플러밍이나 전기 등 기술직도 직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건설업종은 공기에 맞춰 일을 끝내는 것이 신용인데, 경력이나 기술이 있는 직원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 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실업률이 18년래 최저인 3.8%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돌입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인업체를 비롯한 중소업체들의 약 40%가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자영업연맹(NFIB)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구인난으로 회사 내 빈자리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있는 직원 50명 이하 중소업체는 전체 조사 대상의 3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한인업체를 비롯해 미국 내 중소업체 3곳 중 1곳 이상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중소업체의 고용률 증가는 1% 미만으로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0년 11월과 같은 수준이다. 이 같은 구인난으로 중소업체의 올해 성장률은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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