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정 총무원장 퇴진 공식화… 조계종 혼란 진정될까

2018-08-02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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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16일 이전 용퇴”, 처자 의혹 등 불거지며 취임 10개월만에

▶ 8일 원로회의… 종단 혁신 시험대 올라

설정 총무원장 퇴진 공식화… 조계종 혼란 진정될까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회의에서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성우 스님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오는 16일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 스님은 1일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설정 스님을 예방한 뒤 "총무원장 스님이 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성우 스님은 또한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8월 23일 일부 세력들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임시회의를 연 뒤 총무원을 방문하고서 이같이 전했다.


앞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은 지난달 30일 설정 스님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속히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닷새 만에 용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임기 4년의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돼 11월 취임했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설정 스님에 대해 선거 당시 학력 위조 의혹,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등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처자식이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은 서울대 학력 위조 의혹을 인정했으나 처자 의혹은 부인했다.

이후 지난 5월 1일 MBC 'PD수첩'이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다루고 설조 스님이 40일 이상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설정 스님은 거센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거듭 부인하면서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결국 조기 퇴진하게 됐다.

설정 스님이 16일을 퇴진 시한으로 밝힌 것은 원로회의와 중앙종회를 통해 퇴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6일은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가 예정된 날이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임시종회에서 불신임이 의결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설정 스님이 퇴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불신임 투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8일에는 원로회의가 개최된다. 설정 스님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퇴진 관련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설정 스님은 조속히 거취를 결정하겠다면서 종단 운영의 근간인 종헌종법 질서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종단 공식 기구인 원로회의와 중앙종회를 거쳐 퇴진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종헌종법상 총무원장이 사퇴하면 60일 내 총무원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총무원장 권한대행은 총무부장이 맡는다. 이에 따르면 10월 중순에는 새 집행부가 선출된다.

남은 변수는 조계종 내부에서 마련 중인 혁신안 등이다. 조계종은 지난달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출범해 종단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은 다음 달 23일 승려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승려대회는 종헌과 종법을 넘어선 초법적인 성격의 집회이다.

다만 승려대회 성사와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일부 세력들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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