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정스님 ‘숨은 딸 의혹’ 공방 점입가경

2018-07-25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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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무량사 도현 스님, 20년전 친모 녹취록 공개

▶ “거짓말 참회 영상 있다”, 조계종 총무원선 반박문

설정스님 ‘숨은 딸 의혹’ 공방 점입가경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스님이 24일 서울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게 숨겨진 자녀가 있다는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하와이에 위치한 무량사 주지 도현 스님은 24일 설조 스님 단식농성장 인근 서울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모 씨가 자신의 딸이 설정 스님의 자녀라고 주장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김 씨는 설정 스님과의 관계와 아이를 낳고 기른 과정 등을 진술했다. 도현 스님은 약 20년 전인 1999년 1월 하와이에서 김 씨와의 대화를 녹음했으며, 녹음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현 스님은 “설정 스님이 이 녹취를 들으시고 은처자 문제를 인정하고 사퇴하시길 바란다”며 “그것이 조계종을 살리고 종단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설조스님의 단식이 35일을 넘기면서 불교계 밖에서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모임’은 지난 19일 서울 조계사 앞 우정총국 뒷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단의 불법 행위와 적폐 행위를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모임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정연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함세웅 신부, 이해동 목사,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 10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사찰재난방재시스템 구축 사업 등에 대한 배임과 횡령 의혹 등에 대해 당국이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도현 스님의 기자회견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일감 스님은 이날 입장문에서 “김 씨는 지난 5월 진실을 밝히는 영상을 법원에 제출했다”며 “1999년 당시 본인 스스로가 심신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고 당시의 진정과 소송 등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밝히며 참회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지난 5월 전 모 씨가 설정 스님의 친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김 모 씨 영상증언을 공개한 바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논란이 되는 내용이 허위임을 밝히고자 김 씨를 만나 면담한 과정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김 씨는 “30여 년 전 저와 저의 딸에 관한 내용이 설정 스님과 연관지어 방송돼 너무 놀랐다”며 경북의 한 사찰에 거주하던 중 피치 못할 상황이 발생해 아이를 임신, 출산했으나 설정 스님의 친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비구니 스님 150명은 종도들을 부끄럽게 하고 세간의 조롱에 원인이 된 설정 스님이 물러나고, 설조 스님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또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불교계 시민단체 외에 진보연대, 전국교직원노조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노동단체 등과 함께 ‘설조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23일 시민사회 원로와 타종교인, 시민사회단체는 종단 내부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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