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위들이 겹겹 쌓인 정상은 특이한 전망을 펼쳐준다

2018-07-0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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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elds Peak (10720’)

바위들이 겹겹 쌓인 정상은 특이한 전망을 펼쳐준다

Shields Peak 정상봉우리의 Talus.

바위들이 겹겹 쌓인 정상은 특이한 전망을 펼쳐준다

해발고도 10000’ 이상의 고지대에 있는 Lodgepole Pine들.


바위들이 겹겹 쌓인 정상은 특이한 전망을 펼쳐준다

Shields Peak 정상에서 본 Santa Ana Canyon과 Big Bear Lake.


우리 한인등산인들이 Big Bear 지역이라고 통칭하는 San Bernardino산맥의 San Gorgonio Wilderness로 등산을 가는 경우에는 주로 이곳의 주봉이자 남가주의 최고봉인 Mt. San Gorgonio(11503’)나 혹은 San Bernardino Peak(10649’)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웬만한 등산동호인들은 이 산들은 여러번씩 등정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San Gorgonio Wilderness에는 10000’가 넘는 고봉들만도 17개에 이르는데, 너무 주봉 중심으로만 등산을 하는 경향이 있어 다양성의 결여라는 아쉬움이 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개의 산이나 코스들은 제 각각의 아름다운 특징이 있는 것이니 만큼 주봉이 아닌 주변의 다른 봉우리들이나 혹은 덜 알려진 산들이라고 해도 나름대로 잘 준비를 하여 올라가보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느 꽃 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 어느 산 하나 멋지지 않은 산이 없는데, 그 산이 아니고는 또 그 트레일이나 그 정상이 아니고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개나 전망을 볼 수 있는 점도 소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한인등산인들이 많이 찾는 산은 아니라고 하겠으나, San Bernardino Ridge에 있는 10000’를 넘는 고봉 중의 하나인 Shields Peak(10720’)을 찾아 간다. 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 보통은 Forsee Creek Trailhead(6720’)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르는 과정에서 보는 전망도 아름답고 특히 온통 바위무더기로 이루어진 최정상에서의 전망은 너무나 웅장하여 감탄사를 연발케 된다. 또한 고도 9500’에 이르면서 펼쳐지는 울창한 송림은 가히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이 있다. 더구나 고도 10000’를 초과하는 San Bernardino Ridge에 올라선 곳에서의 Lodgepole Pine들은 그 싱그러운 방향은 물론 고고하고도 우아한 도골선풍의 자태로 하여, 경탄과 흠모의 정을 물씬 물씬 일으킨다.


이 산의 이름은 1920년대에 Mt. San Gorgonio주변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이 지역의 Camp Radford에 머무르던 지형조사원 Don McLain이, 이곳 Camp를 친절한 가운데 아주 효율적으로 잘 경영하면서 또 그 스스로가 야외활동을 지극히 좋아하던 Leila Shields라는 여성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그녀의 이름을 이 산에 헌정한 것이라 한다. 왕복 14.4마일에 순등반고도는 4100’로 왕복 10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가는 길

Freeway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SR-38의 출구인 Orange Street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가 나오는데 SR-38이 되는 길이다. 우회전하여 8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Millcreek Ranger Station이 보인다. 2018년 7월 현재로는 Shields Peak의 산행을 위해서 입산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니, 이곳에 꼭 들릴 필요는 없겠다. 여기서 계속 SR-38을 따라 직진으로 18마일을 더 가면 Jenks Lake Road가 오른쪽으로 있다. 우회전을 하여 이 길을 따라 0.3마일을 가면 길이 갈라지면서 ‘Forsee Creek Trail’이란 표지가 있다. 우측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길이 다시 나뉜다. 왼쪽의 다소 거친 비포장도로로 0.5마일을 나아가면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화장실은 없으며, ‘Forsee Creek Trail’의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91마일을 온 곳이다.

등산코스

주차장의 고도가 이미 6720’(=2046m)인 고지이므로 대기가 청량하고 큰 소나무들도 우뚝 우뚝 솟아있다. 등산로는 처음에는 꽤 급하게 남쪽으로 오르는 형세로 시작되는데, 가다보면 좌측으로도 굽고 우측으로도 길게 굽어지며 나아가지만, 전체적인 등산로의 큰 방향은 남쪽으로 올라가는 모양이다. 약 0.3마일 지점에는 ‘San Gorgonio Wilderness’임을 알리는 산림청의 세련된 안내판이 있다. 0.4마일쯤의 지점에는 갈림길(7000’)이 나오는데 안내표지가 있다. 우리는 ‘Jackstraw Springs’을 가리키는 길로 직진한다.

부연하자면, 우측은 ‘Johns Meadow’에 이르는 등산길이다. 2.5마일을 들어가면 Forsee Creek을 끼고있는 널찍하고도 시원한 Campsite인 Johns Meadow에 이르른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편안한 산행을 원하는 분이라면 기꺼이 추천할 만한 곳이다. 반대로 힘든 산행을 원하는 분이라면, 이 Johns Meadow Campsite에서 서남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약 2마일을 가서 Angelus Oak에서 올라오는 San Bernardino Trail의 Manzanita Springs Junction을 만나, 이 길을 따라 San Bernardino Peak(10649’)과 San Bernardino East Peak(10691’)에 오른 다음, Jackstraw Springs(9250’)를 경유하여 Forsee Creek Trail로 하산하는 Loop형 산행을 추천한다. 총 19마일에 이르는 짱짱한 코스가 된다.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게 소나무와 전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찬 숲속을 관통하며 이어지는데, 요즘같은 계절에는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길섶에 무리지어 듬뿍 피어있는 하얗고 연분홍인 꽃이라면 아마도 Grinnell’s Beardtongue (=Penstemon Grinnellii)일 것이다.


2.5마일쯤이면 서쪽으로 멀리 Mt. Baldy (10064’)와 그 주변 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3.2마일쯤의 지점은 습기가 많은 지역으로, 작지만 윤택한 초원의 모습을 띄고 있다. 고사리들이 크게 번성하여 밭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Columbine이나 Western Wallflower, Black Strawberry들이 드문 드문 섞여있다.

3.9마일 무렵(9000’)엔 동북쪽으로 전망이 탁 드러나는 Sugarloaf Mountain(9952’)의 빼어난 자태가 참으로 선연하다. 이제 숲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종은 단연 아름다운 여인이나 고고한 신선을 연상시키는 Lodgepole Pine들 일색이다. 같은 Lodgepole Pine이라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그 수형이 달라지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뭐랄까 전반적으로 몸통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굵어지고, 가지는 성기어지고 짧아지면서 주로 상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결국 깔끔하고 단아한 느낌을 받게 되니, 아름다운 여인이나 신선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4.3마일에는 한 소나무 몸에 2개의 작은 표지판이 붙어있다. 오른쪽은 Jackstraw Springs로, 직진은 Trail Fork Springs로 가는 길임을 알린다. 우린 직진한다. 5.8마일에 이르르면 왼쪽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Big Bear Lake의 푸른 물이 한줄기 띠처럼 가느다랗게 눈에 들어온다. 대략 10150’가 되는 고도이다. 6.1마일에 이르면 왼쪽의 나무에 Trail Fork Springs Camp라는 표지가 달려있다. Backpacking을 하는 등산인들이 야영을 하는 곳이다. 우리는 그냥 지나쳐 오른쪽의 트레일을 따라간다.

다시 소나무 몸통에 부착된 자그마한 길 안내판 3개가 부착되어 있는 곳이 바로 나온다. 6.2마일이고 10400’의 고도가 되는 곳이다. 좌측은 Dollar Lake Saddle, 우측은 Camp Anderson, 우리가 지나온 쪽은 Jackstraw Springs로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데, 이 안내목 우측 바로 아래에 있는 푸르른 버드나무덤불 속에 Trail Fork Sprigs가 있다. 맑은 물 한줄기가 사람이 묻어놓은 대롱을 통해 떨어지고 있다. 아주 작은 줄기의 가느다란 물이지만, 목이 마른 등산객이나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는 생명수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걸음을 다시 왼쪽의 Dollar Lake Saddle 방향으로 옮긴다. 아무런 표지없이 빈 나무말뚝이 있고 좌우로 등산로가 지나는 곳(10614’)에 도달한다. San Bernardino Ridge를 동서로 관통하는 San Bernardino Peak Trail로서 오른쪽은 Anderson Peak, 왼쪽은 Shields Peak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범상치 않은 Lodgepole Pine들의 격조로 하여, ‘별유천지비인간’의 경지가 바로 이 아닐까 싶은 경외감마저 일어나는 고산지대이다.

동쪽인 좌측 길을 따라간다. 길섶의 고사목에 ‘Anderson Flat Camp’라는 표지가 박혀있는 지점을 통과한다. 마침내 저 앞으로 농촌의 초가지붕을 떠올리게 하는 돌무지 봉우리가 자그맣게 눈에 들어온다. Shields Peak이다. 등산로는 온통 돌무더기인 Shields Peak의 북쪽 기슭을 통과하여 Dollar Saddle쪽으로 이어지는데, 대략 7.1마일지점(10530’)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오른쪽의 돌무더기 봉우리로 향한다.

정상까지는 약 0.1마일에 200’쯤의 고도를 오르는 것으로 그다지 가파르진 않으나, 특이한 점은 이 봉우리의 주변토양과는 다르게 온통 붉고 검은 바위돌들만이 겹겹이 쌓여있는 봉우리라는 것이다. 하나 하나의 크고 작은 바윗돌들이 대체로 갈라지고 부서진 비정형의 각진 모양들이라 발을 딛을 때 바위틈새에 끼어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다. 온통 바위무더기인지라 정상부에는 이렇다 할 수목이 없어 그야말로 일망무제의 전망이 펼쳐진다. 동서남북에 걸쳐 제각기 Mt. San Gorgonio(11503’), Anderson Peak(10840’), Mt. San Jacinto(10834’), Sugarloaf Mountain(9952’)들이 뚜렷하다. 특히 북쪽 발아래론 Santa Ana Canyon의 푸르름이 선명하고 그 바로 뒤로 Big Bear Lake의 파아란 물과 Sugarloaf Mountain의 거대한 푸른 산괴가 시야를 가득 채워온다. 마치 대자연이 주제인 Imax 영화를 보는 듯한 그런 경이로움이다. 정녕 유별난 Talus 정상에, 유별난 주위경관을 자랑하는 Shields Peak(10720’)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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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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