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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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들이 만나는 한인타운 사랑방

2018-06-07 (목) 12:00:00 이성숙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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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치 휴식과 위로 있어, 곳곳에 대형 스크린 TV도

▶ ■ 하이트 광장


퇴근 후 삼삼오오 몰려가는 LA 한인타운의 사랑방 ‘하이트 광장’의 하루는 오후 4시30분 시작된다.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친구나 동료와 또는 부부, 연인과 함께 하이트 광장을 찾는 시간이다.

오후 7시. 하이트 광장의 높은 문을 밀고 들어서자 천정고가 시원하게 높은 홀이 펼쳐진다. 벽에는 곳곳에 대형 스크린 TV가 걸려 있다. 술집이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에 온 듯하다. 실내는 너무 어둡지 않고 너무 밝지도 않다. 초저녁 가정집 거실처럼 적당한 조명은 긴장을 풀게 한다. 일찌감치 테이블을 차지한 젊은이들이 잔을 치켜든다.

이날은 오랜만에 커쇼가 선발등판한 LA다저스 경기가 열리고, 또한 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대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 팀의 농구경기가 펼쳐진 날이다.


손님들은 치킨과 골뱅이를 앞에 놓고 사방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몰두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가 있는 날 하이트 광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실내는 유쾌한 손님과 직원들로 북적인다.

좋은 인상의 최호빈 대표를 매장에서 만났다. 그는 이민 36년차로 한인타운의 변천을 몸으로 겪은 사람이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4.29 폭동 당시를 떠올렸다. 미국 와서 처음 시작한 사업인 국수전문점 다전국수가 눈앞에서 불타 없어졌다.

잘 나가던 다전국수를 그렇게 잃고, 한때는 쌀을 배급받아 먹어야 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렸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와 자식 앞에서 주저앉을 수 없었던 최 대표는 영동설렁탕을 창업하게 된다. LA와 오렌지카운티의 영동설렁탕은 한인들에게 추억의 입맛을 선물하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최 대표에게 사업은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남에게 유익될 일을 하자는 그의 소신을 담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이트 광장도 ‘한인타운에 사랑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고심 끝에 태어났다. 하이트 광장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는 게 최 대표의 자랑이다.

단골손님은 물론이고 20년 이상 최 대표와 손발을 맞춰온 매니저와 직원으로 있다 떠난 사람들이 모두 선한 사람들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단 식구가 된 직원들에게 최 대표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들의 사연에 함께 울고 웃는다.

잠시 아르바이트생으로 거쳐 갔던 직원도 인연을 끊지 않고 다시 찾아온다. 30년 이상 식당 사업을 해 왔지만 한 번도 직원과 불화한 일이 없었다고 하니 인간적이고 털털한 최 대표의 성품을 알게 한다.

설렁탕과 맥주처럼 서민친화적인 음식도 드물다. 운영이 어려워 사업을 접어야할 때에도 최 대표는 영동설렁탕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새벽일을 마친 노동자에게 뜨끈한 설렁탕만한 위로가 없을 텐데 싶은 마음에서다.


하이트 광장은 작년 10월 현재의 자리로 옮겨오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다른 일을 하던 아들 다니엘 씨가 합류하여 사업을 도우면서 하이트 광장은 젊어졌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젊은이들 입맛에 맞는 메뉴가 개발되었다. 하이트 광장은 술만 파는 곳이 아니다. 와인과 소주를 비롯한 주류와 함께 식사 메뉴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하이트 광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오는 곳이다.

▲주소:3121 W. Olympic Blvd. LA.

▲전화:(213)908-6440

<이성숙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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