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도 36% “전도는 필수 아닌 선택”

2018-06-07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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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는“교회 책임이다”, 전도에 대한 의식 변화

▶ 65%“복음보다 삶 얘기”, 일방적 접근방식 탈피

성도 36% “전도는 필수 아닌 선택”

전도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교인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교회가 호떡을 나누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삼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인에게 부과한 ‘지상 명령’이다. 하지만 전도는 지난한 인내와 헌신을 요구한다. 많은 교인들이 전도를 회피하는 이유다.

전도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기독교인이 크게 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그룹이 최근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도는 모든 신자의 의무’라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64%에 불과해 3분의1 정도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런 수치는 지난 1993년 조사의 89%와 비교해 무려 2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전도는 (개인이 아닌) 교회의 책임이다’라는 주장은 1993년의 10%에서 29%로 급증했다.


전도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 ‘상대방의 신앙과 경험에 관한 질문’ 방식이 70%의 지지율을 보였다. 또 ‘복음 자체를 말하기보다 살아가는 삶을 나누는 방법’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65%를 차지했다. ‘예수님을 받아들임으로써 누리는 혜택을 강조’하는 방식은 50%로 나타났는데 1990년대에는 78%를 기록하다 급감했다.

또 ‘신앙 나눔은 남과 함께 이미 다져온 관계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답변이 47%(1993년에는 37%), ‘비신자인 상대방의 거부감을 의식해 영적인 대화를 피한다’는 응답은 44%(1993년 33%)를 기록했다.

전도할 때 ‘성구를 인용하는 신자’도 1993년에는 59%였지만 현재는 37%로 줄었다. 전도자 자신이 ‘처음 믿었을 때의 간증을 한다’는 답변 역시 93년 57%에서 45%로 감소했다. ‘전도하기 전 기도한다’는 사람도 53%에서 45%로 줄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신앙을 방어하도록 도전하고 기독교로 변증하는 방식’은 43%이던 게 24%로 거의 절반이나 격감했다. ‘매번 기본 전도법으로 접근하며 결과에 만족한다’는 반응도 44%에서 33%로 감소했다.

전도 사명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비신자가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데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993년에 5%에 그쳤지만 지금은 28%로 껑충 뛰었다.

전도의 기회에 관해서는 ‘우연히 이뤄진다’는 응답자가 61%(93년 75%), ‘전도의 기회를 찾거나 만들려고 애쓴다’는 사람은 19%(93년 11%)로 각각 집계됐다. 또 ‘전도자의 신앙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거나 비판적이면 멈춰야 한다’는 입장은 61%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1%는 ‘신앙 얘기를 하면서 화를 내는 것은 수용 불가하게 만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도가 당면과제라는 진리 앞에 대다수 기독교인이 무력해지는 이유로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다원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트렌드 등이 지적됐다. 신앙적 대화의 중요성이 일상생활의 우선 순위에서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록샌 스톤 바나그룹 수석편집장은 “오늘날 교인들은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명령과 전도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흐름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가족, 이웃과 나눠야 할 필수적이고 의미심장한 사명이 있다”며 “교회의 자산을 투입해 엄존하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담대히 말할 수 있도록, 매일 일상 생활 속에서 성도가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나누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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