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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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18-06-06 (수) 피터 신/ 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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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그 때는 태산과 같이 커보이셨지요
모든 것이 다 있고, 다 하실 수 있는
말 한 마디면, 다 들어주시며, 때론,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필요를 채워주시며
머리가 커지고 내 것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다름이 보이고, 엇갈리고 충돌하면서
내가 옳고 커 보여
나를 챙기기 시작했지요
자리 바꿈을 하며 많은 물과 불을 지나며
이해와 화해와 양보를 배웠지요
무엇이 옳았던가 바른 것이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배우고 나서야
큰 바위와 같았던 그 태산이
비가 오면 흘러내리는 흙 같은
연약한 인생이었음을 봅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무너져 내리는 흙덩이 속에서
깊이 박힌 뿌리의 앙상한 모습 봅니다
그 주위에 새로이 돋아나는
작은 순들도

<피터 신/ 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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