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증을 극복하라

2018-05-31 (목) 12:00:00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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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극복하라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스물여섯 살 애나 리는 어딜 가나 가장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꼽힌다. 그런 그녀가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면 믿기 힘들 것이다.

비교적 어두운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우울증이 뭔지 몰랐다. 정신건강 관련 문제는 일체 언급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그는 그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전까지는 친구도 많았고 학생회 활동도 했다.

우울증 증상은 갑작스럽게 그녀의 삶 속에 파고 들어왔다. “한 순간은 진정으로 기쁘다가 순식간에 사정없이 우울증 구름이 공격하는 기분이다.” 그녀는 그런 순간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고, 자존감이 상실되고 어깨 위에 온 세상의 근심 걱정을 진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더욱 더 괴로운 것은 이런 고민을 털어놓거나 발산할 때가 아무데도 없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 진학했으나 적응하기 힘들었고, 수업도 빠지면서 성적은 나빠지고 모든 일이 절망적이었다.

그러던 대학교 2학년 기말시험기간에 더 이상 학교 다닐 의욕이 없어서 시험 보는 날 결석하고 중퇴하려고 했다. 통보를 받은 교수는 애나를 학교로 불러냈다. 그녀의 가식적인 웃음과 말들을 통해 교수는 우울증을 의심했다.

교수가 물었다. “우울증이 뭔지 아니?” 애나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때 비로소 우울증이 뭔지, 그리고 자신이 겪고 있는 게 우울증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이후 부지런히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관련 치료와 도움을 받아서 지금의 밝은 애나가 됐다.

한인사회에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많은 이들이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기시 되는 게 현실이다. 정신건강 관련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한인사회는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본다. ‘정신병자’ 취급당할까봐 마음고생이 심해도 도움을 청하는 걸 꺼린다. 특히 1세 한인과 남성들이 더욱 그렇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플 때 도움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최모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3살 때 미국으로 이민왔으며 부모님은 정원사, 재봉사와 세탁소를 하면서 자녀 뒷바라지를 했다. 그는 명문대 학부와 아이비리그 대학원, 그리고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거액의 연봉을 받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중, 30대 중반부터 본인의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생각에 위기를 맞는다. 그는 평소에 밝고 명랑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우울증의 슬럼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인 1세인 그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왔지만 미국에서 정원사로 일하고 세탁소를 운영했다. 그는 가정에서 언어적, 정서적 폭력과 때로는 신체적 폭력을 휘둘렀다.


아들 최모씨는 자신의 것이 아닌 부모를 위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우울증의 초기 단계로 이어지고, 삶 전체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증상은 악화됐다.

우울증 증세가 있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꼭 약뿐만이 아니라 각자에게 알맞은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 치료 역시 시작이 반이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건 고통스럽다. 그러나 애나의 경우가 말해주듯 우울증 진단이 나왔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치료는 계속되어야 한다. 애나는 대학 졸업 후 아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최근 벤처기업, 라이오네스(Lioness)라는 여성건강관련 기업을 공동설립하고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이 치료받기를 권한다.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888-979-3800)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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