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롤러코스터 정국과 남북 깜짝 정상 회담으로 뉴스가 도배질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조용히 멍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한국의 경기 선행 지수는 99.76으로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이것이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40개월만에 처음으로 6개월 후 한국 경기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OECD 평균 지수는 2016년 7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한국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조업 체감 경기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고 제조업 분야 상용 근로자 수는 3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충격적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저소득층 소득 증가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 소득은 2003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폭인 8% 하락을 기록했다. 그 다음 하위층인 2분위 20%의 소득도 4% 줄었는데 이 또한 역대 최대다.
정부는 이를 고령화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 최저임금을 16% 이상 올린 것이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만에 최고고 작년 매달 20만 이상 증가하던 취업자수는 올 2월 이후 3개월 연속 10만대로 줄었다. 취업자가 대폭 준 업종은 도소매업과 식당 등 최저임금 종사자가 많은 업종이다.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나 통계 모두 급격히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업주들이 종업원을 줄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을 외치던 정부와 여당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여야 합의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최저 임금법 개정이다. 이 법은 과거 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상여금과 교통비, 식사비 등도 단계적으로 임금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연봉이 4,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최저임금 대상자가 되는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나 노동계는 “앞으로 주고 뒤로 뺏는 개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과거 임금 계산에서 빠진 부분이 임금으로 계산돼 최저임금을 올린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 정부 여당이 이런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최저임금법을 개정하게 된 것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의 역효과를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9일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경제 부처와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그 원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중 일부 참석자는 그 원인의 하나로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들었다 한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미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시인하고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란 최저임금을 올려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면 이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따라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는 이들에게 월급을 올려주고도 비즈니스가 이익이 남을 때 가능한 애기다. 업주가 수지 악화를 견디지 못해 직원 수를 줄이면 종업원들은 월급이 올라가기는커녕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