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2018-05-21 (월) 08:17:33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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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하나에 숨겨진 아련한 추억. 한 두곡쯤은 갖고들 산다. 내 경우는 태미 와이넷의 ‘Stand by Your Man’이 그 중 하나. 중학생 때 교회여자 친구의 '골든 팝송'인가 하는 책에 가사 번역을 해줬던 기억이 그렇다.

'...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여자인 것이 힘들 때가 있어요. 그 남자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를 사랑한다면 용서하고 그의 곁에 있어주세요.그가 힘들 때, 두 팔을 벌려서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리고 그의 옆에 사랑하는 당신이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많이 커서 대학생 때 어스름한 저녁, 경영대 계단에 앉아, F 코드와 B플랫 코드를 어렵게 잡던 기억도 바로 이 노래다. 그리고 미국에 오기직전, 종로 단성사에서 본 영화 시' 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이 노래가 나오는 엔딩 장면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그려진 빨간색 하트 불빛. 그것은 나를 어서 뉴욕에 오라고 부르는 멕 라이언의 다급한 손짓이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개인적인 추억이 많았던 ‘Stand by Your Man’ . 이 노래가 요새 한국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OST로 나온다.

50년 전의 옛날 노래가 지금도 먹히는 것을 보면, 인간 본류의 어떤 정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가 보다. 세상이 손가락질해도 그 사람을 버리지 않고, 그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는 신뢰. 그사람이 어떤 잘못을 했건, 그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다짐. 그것이 ‘Stand by Your Man’의 정신이다. 그 대상이 남자건, 여자건, 친구건, 또는 손님이건. 비즈니스는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욕구가 크고 경쟁자가 적을수록 그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내 세무회계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세금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손님들을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 이 상을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준 뒤, 돈과 보람이라는 보상을 받는 것이 회계사다.

그런데 직업의저 깊은 밑바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 손님에 대한 애정과 신뢰, 그리고 그 손님이 세상으로부터 어떤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신념과 각오. 그런 애정과 각오도 없이, 비즈니스를 단순히 돈을 모으는 과정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가면이고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손님이 거대한 IRS의 파워 앞에서 외롭게 빈 지갑으로 섰을 때, 그 옆에서“ 제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세상에 선언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Stand by Your Client’의 숨겨진 정신이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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