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논설위원인 고려대 행정학과 윤성식 교수의 공부이력은 그 자체로 ‘만행’이라 할 만하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 유학한 그는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사, 일리노이대에서 회계학석사를 받고 UC버클리에서 경영학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의 강의는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석탑강의상 수상)으로 꼽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풀지 못한, 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갈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진정한 행복은?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그는 이런 화두를 풀기 위해 위파사나 명상을 하는 등 노력했다. 그러다 유명대학 유명교수 신분으로 다시 학생이 됐다. 동국대 불교학과에 다니며 석사학위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의 저서 목록만 봐도 그의 ‘공부 만행’ 흔적이 짚혀진다. <예산론>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 같은 본래의 전공 관련서를 여러 권 썼는가 하면 <부처님의 부자 수업> <부처님의 정치 수업>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같은 불교적 마음공부 저서도 몇 권 썼다.
윤 교수가 올해 봄에 새 책을 냈다. 지난 달 펴낸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행복하게 사는 법>(수오서재 출판)이란 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생존전략’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서평에 따르면 “불만, 불안, 불확실의 3불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생존전략을 알려주는 책”이다.
서평은 이어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청장년층과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촘촘히 엮어냈으며 개인의 기본 역량과 학습 능력을 키우는 방법들을 제시한다”며 “다수의 4차 산업혁명 시대 관련 서적이 기술적 측면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을 때, 그 기술이 미치는 사회과학적 영향에 집중한 이 책은 단순한 예측의 나열이 아닌,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소개한다.
1부(인공지능과 로봇은 과거의 변화와는 다르다)와 2부(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자)로 구성된 이 책에서 ‘인공지능은 창의적이 아닐까?’라는 소제목이 붙은 글의 일부는 어떤 편견도 기대도 섞지 않고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불교적 마음공부 자세와 그 효능을 소름돋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새삼 일깨워준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뜻밖에도 비관적인 사람도 낙관적인 사람도 아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냉철하게 본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낙관적인 사람은 ‘이번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미군이 우리를 구출할 거야’라고 낙관했다가 막상 구출되지 않으면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어 죽어갔다. 비관적인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크리스마스가 오건 말건 우리는 구출될 수 없어’라고 비관하며 일찍 죽어갔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지만 구출이 쉬울 리 없어. 하지만 구출이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아’라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바라본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아남았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인공지능 시대를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렵다면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데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창의력이 해답이다’, ‘인공지능은 감성이 없다’라는 식의 처방을 내려서는 안 된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런 후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한편 윤 교수가 천착한 주제에 관련된 논문과 서적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불교전문매체 트라이시클(Tricycle)도 지난달 트라이시클 매거진을 통해 “인공지능, 카르마, 그리고 우리의 로봇미래(AI, Karma & Our Robot Future)”라는 제목 아래 장문의 전문가 담론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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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