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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의혹’ 싸고 조계종-MBC 갈등 격화

2018-05-02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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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설정 총무원장·현응 교육원장 비위 보도

▶ 숨겨진 자녀·학력위조·성폭력·유흥업소 출입 망라

‘지도층 의혹’ 싸고 조계종-MBC 갈등 격화

설정 스님이 지난달 26일 조계사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성공기원 타종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지도층 스님의 비리 여부를 둘러 싼 언론과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MBC TV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이 조계종 고위 관계자들의 비위 의혹을 공식 제기하면서 MBC와 조계종간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일 오후 11시10분부터 2일 0시까지 방송한 ‘PD수첩’은 ‘큰 스님께 묻습니다’란 주제로 조계종 큰스님들인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비위 의혹을 다뤘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두 스님을 둘러싼 숨겨진 자녀, 학력 위조, 사유재산 은닉, 성폭력, 그리고 유흥업소 출입 등 갖가지 의혹을 소개하며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 후에는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에 ‘설정스님’ 등 키워드가 오르는 등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실시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당시에도 설정 스님과 관련된 비리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때 설정 스님은 서울대 학력 허위 사실은 인정하고 부인과 딸이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추후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방송에 앞서 MBC가 예고편을 공개하자 설정스님은 “‘PD수첩’이 불교계 일각의 의혹 제기를 비롯해 소송 중에 있어 객관적 사실로 특정되지 않은 사안까지도 포함해 방송을 제작했다”며 지난달 25일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응 스님도 지난달 30일 법원에 방영 금지 요청을 한 데 이어 전날 기자회견까지 열고 “방송에서 허위사실이 드러난다면 MBC 최승호 사장은 방송계를 떠나라”며 “방송 내용이 사실이면 승복을 벗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법원은 전날 “방송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피보전 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일단은 MBC 손을 들어줬다. 이에 MBC는 “법원이 방송의 공익성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치밀한 취재를 통해 객관적 근거들을 제시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준비한 내용을 예정대로 방송했다. ‘PD수첩’ 진행자인 한학수 PD는 방송 말미 “불교의 위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에서 “출가수행자의 청정성과 도덕성은 교단 스스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제35대 총무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에 희망이 없다는 각오로 제기된 의혹과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 “법을 위반해 취득한 자료를 ‘PD수첩’에 제공한 불교닷컴, 불교닷컴과 치밀한 공모 하에 무분별한 의혹 제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한 MBC 최승호 사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불교를 파괴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은 아울러 조만간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공식 반박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과 이들을 각각 지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첨예한 갈등이 지속할 전망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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