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도 숫자 연연하지 말고 사랑과 양육 힘써야”

2018-04-26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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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 미주 세미나

▶ 교회 커지며 관리위주 흘러“나는 가짜 목사” , 선배목회자의 가르침 반복 말고 뛰어 넘어야

“성도 숫자 연연하지 말고 사랑과 양육 힘써야”

교계 원로인 홍정길 목사가 이민교회 목회자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아멘넷>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유람선을 탔는데 중년 여성 몇 분이 인사를 하셨어요. 저도 반가운 마음에 “타향에서 사시느라 고생 많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죠. 그랬더니 이분들이 어색해 하시는 거에요. 그러더니 한 분이 이러더군요. “목사님, 저희는 목사님 교회의 교인이에요.”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자기 교회 교인도 모르는 목사가 무슨 목사입니까?”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는 벌써 20년 전 담임목사 시절부터 ‘나는 가짜 목사’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 일화도 지난 2000년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목회자와 성도 앞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다. 교계에서 존경받는 원로인 홍 목사는 지난 부활절에도 한국의 언론을 통해 다시 한번 ‘가짜 목사’를 고백(?)했다.

“교인이 2,000명으로 불어나니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게 불가능해지더라. 누가 양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목자라 할 수 있겠나.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목회는 사라지고 매니지먼트만 남게 됐다. 주님이 보시기에 나는 가짜 목사였던 거다. 늘 고민이 많았다.”


홍정길 목사가 미주 이민교회를 찾아 지난 17일 뉴저지 지역에 위치한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번 집회는 뉴저지목사회와 러브뉴저지의 공동주관으로 열린 자리였다.

홍 목사는 이날 후배 목회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목회의 본질에 대해 말했다. 아멘넷USA는 홍 목사가 밝힌 답변 내용을 요약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홍 목사는 “하나님께서 나를 세워주셨으면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한국교회 신학자들은 자신의 스승들이 말하는 것의 반복이다. 후배로서 해야 할 일은 스승이 그렇게 학문을 가르쳐주면 그것에 은혜받고 도전받은 것을 알고 뛰어 넘어설 때 후배가 선배를 대접하는 것이지 맹종하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그래서 사랑의교회는 오정현 목사의 한계이다. 그리고 내가 제 목회가 가짜라는 것이 저의 한계이다. 3년만 제대로 목회했고 그 다음부터는 날날이로 살았다”고 덧붙였다.

홍 목사는 “사람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교사이면 되지만 목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제가 목회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감히 목회자라는 말을 못쓴다”고 밝혔다. 또 “목회를 못했는데 허울만 가지면 안된다. 교인들이 몰려드니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시 미국의 유명한 교회를 벤치마킹 했다. 지나고 보니 그때 그 교회들이 한 번 성장했다가 끝난다. 다음에도 여러 유명한 교회들이 생겨났지만 40~50년이 지나면 그때 큰 교회였었다 정도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서 홍 목사는 “한국교회의 부흥의 시대에 목회한 우리들이지만 진짜 목회를 못했다”면서 “성도들의 숫자가 적은가? 그러면 그곳에 서라. 여러분이 사랑해서 성도들의 생애가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왜 주어진 성도에게 사랑과 양육은 하지 않고 안 오는 사람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가?”라고 지적했다.

홍 목사는 “한 사람의 성도라도 제대로 키웠다면 우리가 주님 앞에 갈 적에 기본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저는 목회자로서는 실패했고 내 목회는 실패했다. 그런데 이것은 실패이지만 한계이다. 이 한계를 뛰어넘는 여러분이 되라”고 당부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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