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경제칼럼/직원의 실수

2018-04-16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크게 작게
지난 주, 어느 손님에게 5천 달러를 물어줬다. 순전히 내 사무실 직원의 실수다. 손님이 페이롤 택스(payroll tax)가 나가는 은행을 바꿨다고 잘 불러줬는데, 우리 직원이 잊어버리고 바꾸지 않았다.

결국 세금이 계속 연체되었고, 금액 자체가 컸기 때문에 6개월 만에 벌금과 이자만 거의 5천 달러나 되었다.

나는 돈도 잃고, 직원도 잃고 손님까지 잃었다. 그 날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내 방의 암호를 아예 그 사건(?)이 일어난 날짜로 변경했다. 매일 방문을 열 때마다, '왜 우리 직원은 그런 황당하고도 사소한 실수를 했을까?' 그렇게 생각이 나도록 말이다.


이번에 한국의 어느 증권회사 직원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 현금 1000원이라고 할 것을 주식 1000주로 컴퓨터의 마우스 클릭을 잘못했다. 그 일을 담당했던 직원이 휴가를 간 사이에 다른 직원이 그런 실수를 했다는데, 금액만 다를 뿐, 어찌 그렇게 우리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과 똑같을까? 그 증권회사가 당장 사고 수습비로 물어낸 돈만 자그마치 487억 원이다.

시스템도 문제지만, 직원 개인들은 더 문제라는 비난이다. 직원 몇 명은 그 잠깐 사이에, 잘못된 배당인 줄 알면서도, 500만주를 팔아서 2천억 원을 챙겼단다. 믿어지지 않는다. 남의 돈을 맡아주는 금융기관과 그 직원들은 신뢰도와 평판이 생명이다. 그것을 잃으면 생명을 잃는 셈이다. 변호사, 보험, 의사, 종교인, 그리고 나 같은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 사무실에서 같은 실수가 그 직원에게서 (또는 다른 직원에게서) 또 생긴다면, 그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내 사무실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 앞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죄송하다고 울던 직원. 사실은 내가 마음속으로는 더 반성했다.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바로 잡도록 만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직원과 손님에게 정말 고맙다. 다른 직원들의(또는 나의) 더 큰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예방 통찰력을 줬다는 면에서 그 5천 달러는 어쩌면 적은 돈이다. 그 직원의 실수가 결국 내 사무실의 내부시스템 수정과 직원들 재교육의 기회를 가져오길 바란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그런 실수가 생겼을까? 왜 나는 그런 실수를 발견하고 고쳐주지 못했을까? 이런 거듭된 반성이 그저 반성으로만 끝나지 않고, 더 큰 발전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조용히 소원해본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