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추행 의혹’ 윌로크릭교회 빌 하이벨스 목사 은퇴

2018-04-12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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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개척 최대교회로

▶ “오해할 상황 초래 사죄 사역에 초점 위한 결정”

‘성추행 의혹’ 윌로크릭교회 빌 하이벨스 목사 은퇴

윌로크릭교회 빌 하이벨스 목사와 교회 리더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 <연합>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의 하나로 손꼽히는 시카고 윌로크릭교회(Willow Creek Community Church) 개척자 빌 하이벨스(66) 목사가 성추행 의혹 속에서 조기 은퇴를 발표했다. 하이벨스 목사는 10일 윌로크릭교회에서 “예정보다 6개월 앞서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42년 전 시카고 교외 도시에 복음주의 교회 ‘윌로크릭’을 세우고 전 세계를 무대로 목회 및 선교활동을 펼쳐온 하이벨스 목사는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 ‘리더십의 용기’, ‘인생 경영’,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등 수많은 저서를 통해 한인 교회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많은 이민교회들이 윌로크릭교회 예배 스타일과 하이벨스 목사의 목회를 벤치마킹하고, 윌로크릭교회가 매년 개최하는 리더십컨러펀스는 아예 중계방송을 통해 연결 집회를 열기도했다.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지난 22일 윌로크릭교회에 출석했던 교인들의 증언을 인용, 하이벨스 목사가 여성 신도와 사역자들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을 했으며 이로 인해 4년 전 교회의 내부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빌 하이벨스 목사가 여성 사역자나 교회직원에게 성적 표현을 언급하고, 포옹하거나 원치 않은 키스를 했으며, 호텔방으로 스탭을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이벨스 목사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터뜨린 전직 직원은 하이벨스 목사가 애무하면서 키스를 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목사였던 사역자는 유럽여행중 하이벨스 목사가 자신의 결혼이 불행하다면서 호텔방으로 와서 와인 한잔 하자고 요청하고 길게 그녀를 포옹했다고 말했다.

시카고트리뷴은 하이벨스 목사가 사람들에게 여인과 함께 홀로 있지말라는 빌리그래함룰을 지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그러한 룰을 종종 깨트렸다고 보도했다.

하이벨스 목사는 당시 “사역을 흠집 내기 위한 시도”라며 의혹을 일축했고, 교인들은 하이벨스 목사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성범죄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운동’의 확산과 함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카도트리뷴의 보도가 터진 것이다.

그러자 이날 하이벨스 목사는 “교회의 사명과 사역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은퇴를 전격 공표하면서 “논쟁이 산만하게 확산하는 것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오도됐고 일부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면서도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한 처신에 대해 교회에 사죄하고, 의혹이 보도된 후 방어적 자세를 취하면서 분노 반응을 보인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며 “당분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하이벨스 목사는 1975년 시카고 교외도시 팰러타인의 작은 극장을 빌려 목회를 시작해 대형 교회의 모델로 성장시켰다. 윌로크릭 사우스배링턴 캠퍼스의 주일 예배 참석 인원은 평균 2만5,000여 명에 이르며 이 교회는 미 전역의 목회자들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 50’ 순위에서 1위를 지켜왔다. 또 지난 1992년부터 ‘윌로크릭 어소시에이션’을 구축하고 전 세계 1만1,000여 교회와 목회 철학을 나누고 있다.

하이벨스 목사는 윌로크릭교회가 창립 43주년을 맞는 오는 10월 사퇴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10월 여성 헤더 라슨(43) 목사와 남성 스티브 카터(39) 목사를 차기 공동 담임목사로 지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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