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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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부동산 투자이득세 (NIIT)

2018-04-09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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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에겐 자식이 25명 있다. 다들 커서, 이젠 매달 용돈을 얼마씩 보내온다. 돈을 조금 버는 넷째는 한 달에 10만원. 돈을 많이 버는 아홉째는 37만원씩. 소득과 가족 상황에 맞춰서, 부모에게 드리는 금액이 이렇게 7단계로 나눠져 있다.

그렇게 다들 먹고살만한데, 문제는 막내다. 그래서 흥부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너희들도 다들 알겠지만, 막내가 가장 힘들게 산다. 너희들이 직장에서 버는 돈은 말고, 어디다 투자해서, 그것도 2억 원 넘게 크게 벌었을 때만 4%를 다오. 그것으로 막내를 도와주자. 불쌍하잖니.." 이것이 2013년에 생긴 부동산, 배당금, 이자 등에 대한 투자이득세(순투자소득세)라는 세금의 기본 개념이다.

즉,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조금씩 부담을 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병원비와 약값을 도와주자는 취지다(IRS 양식 8960). 그런데 거기에 저항이 없을 리 없다. "엄마, 내가 이 돈을 얼마나 힘들게 번 줄 알아? 자기 잘못으로 망한 건데, 그리고 숨긴 재산이 있을지도 모르고... 내가 왜 걔를 도와줘야 돼? 그리고, 아빠, 막내는 내가 이미 지난달에 따로 도와줬으니, 날보고 4%를 또 내라고 요구하지 마세요."


같은 피를 나눈 형제도 이런데, 하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병원비를 날보고 대신 내라고? 더 억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 뿐인 한국 부동산을 팔아서 미국에 돈을 갖고 올 은퇴자들. 미국 정부가 도대체 한국에 있는 내 부동산 가격 올라가는데 해 준 일이 뭐가 있다고, 내가 미국에 왜 또 세금을 내야하지?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법은 그게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다른 소득이 없는 놀부(싱글)가 3억 원에 샀던 한국 아파트를 10억 원에 팔았다. 양도차액 7억 원에 대해서 한국에 낸 세금이 2억 원이라고 치자.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중과세방지 협약도 있고 하니, 다른 것은 몰라도 연방(IRS) 세금은 한국에 낸 세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면 연방 소득세가 11만 달러. 한국에 그보다 훨씬 더 냈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이득세(net investment income tax)로 2만 달러를 또 내라고? 이거 이중과세 아냐? 이중과세 맞다. 한국에 아무리 양도소득세를 많이 냈더라도 그와 별개로, 양도소득 20만 달러 넘는(부부는 25만 달러) 부분에 대해서는 3.8%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연방세법 IRC 1411(c)).

이번 트럼프 세법개혁에서 오바마케어 벌금 조항은 없어졌다. 그러나 이 부동산 투자이득세는 용케도 살아남았다. 부동산 가진 사람들에게는 억울하고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은 있고,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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