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도 성폭력 안전지대 아니다

2018-03-08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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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여성 치유 상담센터’ 개관, 신체심리치유와 법률지원까지

▶ 개혁연대‘성폭력센터’ 7월 오픈

교회도 성폭력 안전지대 아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미투’ 지지 팻말을 들고 있다.

미국과 한국 등 온 세계가 ‘미투’(나도 당했다) 열풍에 휩싸여 있다. 기득권을 악용해 성폭력을 일삼는 행위는 하나님의 나라 원칙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죄악이다.

종교계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개신교회 안에서도 이와 같은 범죄는 종종 벌어진다. 서울 삼일교회의 전병욱 목사가 교회 여성 간사들을 추행한 사건, 일본과 동남아시아 선교지에서 보고된 성추행 등 추문이 이어진다.

이민교회라고 무풍지대는 아니다. 한국보다 제한된 교계 환경에서 오히려 ‘강자의 성폭력’에 소리 없이 당하는 피해자가 의외로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 안에서 자행되는 성폭력 문제는 교회가 적극 나서 해결하고 치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회 내에도 음지에서 신음하는 성범죄 피해여성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성폭력 피해 예방과 치유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개신교 단체 하이패밀리의 송길원 목사와 김향숙 원장은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 상담센터 ‘위드유’(#WITH YOU)를 8일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W-스토리 내에 개관한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부부인 송 목사와 김 원장은 26년 전부터 하이패밀리 상담소를 통해 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상담을 일반 상담과 함께 진행해 왔다. 또 여성단체와 대학을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성폭력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송 목사는 7일 열린 간담회에서 “미투 운동 확산을 계기로 그동안 음지에서 진행해왔던 상담을 좀 더 체계화해 양지로 불러내기로 한 것”이라며 신체심리치유 전문가를 중심으로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법률지원팀, 의사들이 참여하는 의료팀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별도의 센터로 독립시켰다고 설명했다.

신체심리치유 전문가인 김 원장은 성폭력 피해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의 상처는 마음뿐 아니라 몸속에 깊이 기억되기 때문에 언어 상담뿐 아니라 호흡과 몸을 이완시키는 신체 중심의 치유법을 통해 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센터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에 대한 치유도 진행한다.

김 원장은 “어린 시절 겪었던 열등감 등의 내적 문제들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만나 성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해자 역시 치유가 필요하다”며 “가해자의 가족 역시 배신감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센터는 목회자들이 지켜야 할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한 십계명’을 만들어 보급하는 등 교회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김 원장은 교회 내 성폭력은 절대적 권력을 지닌 목회자가 자신을 신과 동일시하면서 가해자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처음에는 이를 성폭력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목회자 성교육을 통해 성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오는 7월 ‘기독교 성폭력센터’를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비공개로 진행된 이 집회는 교회내 성폭력 당사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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