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덕분에, 서울 가면 꼭 들르는 술집이 하나 있다. 간판도 없는 스피크이지(speakeasy) 바 스타일인데, 위치가 용산구 한남동이다. 강남 신사동에서 한강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만나는 곳. 옆에 이태원과 남산을 둔, 달동네와 4대 재벌회장 일가가 서로 이웃인, 정말 묘한 동네가 한남동이다.
뉴저지에 그 한남동과 비슷한 면적에, 비슷한 인구수,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동네가 있다. 바로 팰리세이즈 파크(Palisades Park). 우리 집 막내가 대학가면서, 헌법상에 보장된, 그러나 누리지 못했던 '거주이전의 자유', 그리고 ‘팰팍’ 주민등록증을 내게 선물했다.
물론 내가 팰팍 주민이 된 것에 관심 가질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나처럼, 뉴저지에 살면서 돈은 뉴욕에서 버는 사람들의 세금 얘기다. 일단, 연방(IRS) 소득세는 알라스카든 하와이든, 뉴욕이든 뉴저지든, 어디에 살든지 전부 미국 땅이기 때문에 똑같다. 문제는 주마다 세법이 다르다는 것. 플로리다, 텍사스와 같이 소득세가 아예 없는 주도 있다. 세금이 있더라도, 세율이 각기 다르고 과세 대상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간단하게, 소득이 W-2 연봉 10만 달러뿐인 싱글을 보자. 살고 있는 주와 돈을 버는 주가 같으면, 세금 문제는 아주 간단하다. 주소와 직장이 모두 뉴저지면 주 소득세가 4,000달러(총 연봉의 4%), 모두 뉴욕시면 주 소득세가 9,000달러(9%) 정도다. 집 주소에 '뉴욕시' 세 글자 넣는 값이 5,000달러나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살고 있는 주(뉴저지)와 돈을 버는 주(뉴욕)가 다르면 어떻게 될까? 먼저 뉴저지 입장에서는 내 땅에서 살고 있으니(resident) 세금보고를 하라고 한다. 그리고 뉴욕 입장에서는 주민은 아니지만(non-resident), 내 땅에서 돈을 벌고 있으니 세금보고를 하라고 한다. 결국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연방까지, 세금 보고할 곳이 세 곳이 된다.
앞에서도 봤지만, 뉴욕 세금이 뉴저지보다 (이 경우에는 연봉의 5%) 높다. 그래서 뉴욕 직장에서 세금을 충분히 뗐다면, 뉴저지에 세금을 또 내는 일은 거의 없다. 뉴욕에 낸 세금에서 대개는 타주납부 세액공제(state credit) 형식으로 정산되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이 뉴욕시에 있더라도 뉴욕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뉴저지로 이사를 가면, 첫해 세금보고에서 이사 비용 정도는 빠진다고 보면 된다. 다시 팰팍 얘기로 돌아가서, 저녁에 뉴욕 플러싱 사무실을 나와, 95번 국도를 따라 시원하게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는 것. 그것은 흡사 강남대로를 따라 한남대교를 건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다만, 한남동에 가면 안드레아 보첼리의 ‘아마폴라’를 마실 수 있지만, 팰팍에 가면 그냥 씻고 자야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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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