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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팀 활약 뒤엔 ‘영적 멘토’ 가 있었다

2018-02-1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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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번 연속 참가, 맏언니 역할 톡톡히 해, 어린 선수 토닥이고 경기 자체 즐기게 도움

▶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선수 켈리 클락

미국 대표팀 활약 뒤엔 ‘영적 멘토’ 가 있었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켈리 클락 선수가 팬들에게 둘려 싸여 있다. [BP]

남가주 토랜스 출신 클로이 김 선수가 평창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언론이 김 선수를 조명하고 있다. 이런 쾌거를 이룬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에는 기도의 힘으로 선수들을 도닥거리는 ‘멘토’가 있다. 바로 켈리 클락 선수다.

평창올림픽은 그녀가 다섯 번째로 참가하는 올림픽이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참가한 클락 선수는 지금까지 금 1, 동 2개를 거머쥐어 올림픽 스노보드 최다 메달리스트로 올라 있다.

뱁티스트프레스(BP)는 12일 한국 평창의 올림픽 현장에서 클락 선수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대표팀의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훨씬 나이 어린 선수들이 경기 전부터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달래주고 올림픽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토닥거려 준다. 이런 사명과 역할을 통해 클락 선수는 자신 만의 방식으로 스포츠의 가치를 한층 더 빛나게 하고 있다.


“아마 저는 누구보다 올림픽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예요. 이번이 다섯 번째 올림픽인데요, 저는 우리 팀 선수들에게 올림픽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합니다. 4년 마다 열리는 이런 이벤트에 운동선수들은 쉽게 모든 것을 걸게 돼요. 하지만 선수의 인생에서 올림픽을 경력의 전부로 여길 필요는 전혀 없어요. 인생 여정의 한 부분일 뿐이지 끝은 아니니까요.”

클락 선수의 스노우보드 여정은 믿음의 회심과 함께 이루어졌다. 그녀는 어린 시절 선배 크리스천 스노보드 선수가 치열한 경기를 치룬 뒤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때 그녀의 가슴 한편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선배의 숙소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제 이름은 켈리인데요. 기독교인같아 보이는데 저에게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줄래요?”

그렇게 클락 선수의 신앙 여정은 시작됐고 이후 몇 년 동안 그녀의 스노우보드 실력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녀는 스노보드 경기 수준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열네 살 때 처음 TV로 시청한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스노우보드는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로 등장했다.

“제가 솔트레이크 올림픽 승리에서 멈췄다면 오늘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저를 채근하며 여기까지 오면서 스노우보드가 얼마나 자리를 잡았는지 지켜본다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스포츠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세계무대에 선 다는 것이 즐거워요.”

그녀가 다섯 번의 올림픽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영적 여정은 최근 책(Inspired: Pursuit of Progress)으로 소개됐다. 그녀는 이 책을 쓰는데 2년 반을 보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라고 클락은 강조했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항상 투명한 믿음과 신앙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소셜미디어에 사사건건 올리지도 않아요. 하지만 내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나누는 건 쿨하다고 봐요.”

올림픽을 다섯 차례나 보내면서 클락 선수는 성숙해졌고, 경기나 삶을 바라보는 동기나 접근 방식도 변화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미국 대표팀에서 그녀의 리더십도 그 만큼 무르익었다. 그녀는 이번 팀이 역대 어느 팀보다 막강하다고 말했다.

“꿈이 자기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 꿈은 너무 작은 거지요. 스노보드나 올림픽 메달, 어떤 성취 정도로 끝이 나는 게 아니죠. 스노보드가 더 발전된 문화로 성장하는 걸 보고 싶습니다. 저는 스노보드의 한 부분이니까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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