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률 칼럼/ 장애인 트러스트

2018-02-01 (목) 12:00:00 최태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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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도움을 드린 한 미국계 의뢰인 가족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뉴욕시 소방국의 고위 공무원이었고 아내는 노인 간병인이었는데 슬하에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들 한 명이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질병은 우리 몸이 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돕는 점액을 비정상적으로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폐에서 나오는 점액이 세균에 계속 감염되고, 췌장에서 나오는 점액도 끈적해지면 소화기능에 큰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들이 성장하는 동안 의학계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아들의 수명을 연장시킬 지도 모르는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약값이 매월 6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중산층 생활을 하던 이 부부는 은퇴재산과 은퇴연금을 모두 아들의 의료비로 넣어야 할 처지에 빠졌다. 그래서 메디케이드 도움을 호소했고, 다행히 정부는 아들에게 필요한 여러 특수약들에 드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 부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만약 아픈 아들을 남겨 두고 사망하면 아들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부부는 아들의 복지를 위해 유언장과 은퇴연금 계좌에 아픈 아들을 일반 수혜인으로 지정해 놓은 것이었다. 결과는 심각했다.

이처럼 자녀가 심각한 질환이나 장애로 인해 전통적인(재산과 수입을 심사하는)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 만약 부모의 유산 상속을 받게 되면 동시에 이러한 정부 혜택들은 모두 끊어지게 된다. 이 아들도 부모의 재산 상속을 받으면 메디케이드 수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특히 건강 상태가 앞으로 악화될 경우 더 힘든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뉴욕주에서는 이처럼 심각한 질환, 또는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들이 훗날 부모님 사망시 유산을 상속 받아야 할 경우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로 주 상속법과 연방법에서 인정하는 특수 장애인 트러스트를 만들면 된다. 상속법과 메디케이드법을 동시에 준수하면서 이러한 트러스트를 설립하면, 장애자녀는 메디케이드 혜택이 끊어지지 않으면서 부모 유산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법의 취지는 장애 자녀의 갑작스러운 정부 혜택 수혜 자격 상실을 막고, 정부 혜택이 지불해 주지 않는 다양한 경비들을 부모 유산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법은 장애 자녀들의 삶의 질 유지를 중요시 한다.

한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장애가 발생하면 “정부 혜택이 끊어지면 안 된다”는 핑계로 장애 자녀를 상속 대상에서 제외시키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미국 법조계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되기 어려운 조치이다.

만약 부모님께서 작고하신 후 다른 자녀들이 장애 자녀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아프거나, 사업에 실패하거나, 파산 또는 이혼과 같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장애 자녀는 홀로 정부 혜택에만 의존해야 하는 매우 불안한 상황에 처해진다.

문제는 정부 혜택만으로는 장애인 생활의 모든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중산층 장애 자녀의 경우, 부모 사망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려고 할 때 정부 혜택의 부족함이 속히 드러나게 된다. 이를 보호하는 방법의 하나가 장애인 트러스트이다.

<최태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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