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31%가 ‘과의존 위험군’, 동영상·게임·SNS 장시간 노출
▶ 자녀 어릴수록 사용시간 정해야, 청색광 오래쐬면 수면 질 저하
추운 날씨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겨울방학. 틈만 나면 스마트폰·PC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고 검색·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는 자녀와 부모 간에 다툼이 커지기 십상이다. 집안일을 하거나 칭얼대는 아기를 달래려고, 외식 등을 할 때 조용히 있으라고 스마트폰·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부모도 적지 않다.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보채는 아기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이렇게 하면 스스로 스마트 기기 사용 조절 능력을 학습하기 힘들게 된다.
5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3~9세 어린이 중 18%, 10대 어린이·청소년의 31%가 ‘폰질’을 하지 않으면 금단 증세나 일상생활 장애 등을 느끼는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위험군’이다. 그 수가 224만명에 이른다. 3~9세의 경우 위험군 비율이 1년 전보다 5.5%포인트나 높아졌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5월 초등학교 4학년과 중·고교 1학년생 20만여명의 스마트폰 이용습관 등을 조사해보니 하루 평균 108분(평일 100분, 일요일 113분)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했다.
아동·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통해 좌뇌를 강하게 자극하는 각종 동영상·게임 등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쉽다. 좌우 뇌의 불균형 발달은 집중력·사회성 부족, 산만함, 불안·불면은 물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학습·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목을 길게 빼고 작은 화면을 쳐다보느라 거북목 증후군, 목 디스크,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가 정해진 시간에만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도록 약속을 정해 지키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신체활동이나 놀이를 함께하는 것도 지나친 스마트폰 몰입 예방에 도움이 된다. 부모가 엑스키퍼(지란지교소프트), 맘아이(제이니스), 아이안심(플랜티넷) 등 스마트 기기 사용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자녀의 스마트폰·PC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게임, 음란·폭력 동영상과 유해 사이트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직 뇌가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이 게임·SNS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쓸 경우 인지기능 저하,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가정에서 부모들부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생 조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거나 우울·불안한 사람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과의존 위험이 2.2배, 1.9배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문자·SNS·검색을 하거나 동영상·음악 감상을 하며 걷는 이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보행자를 좀비에 빗대 ‘스몸비(smombie)’라고 하는데 충돌·교통사고 등을 당할 위험이 크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은 알코올·마약 중독과 같은 기전으로 발생하고 위험도도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민의 90%를 넘어선 스마트폰 사용자의 사고예방을 위한 정책적 관심과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정부 차원의 스마트폰 과의존 진단·예방교육을 강화하고 규제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대만과 미국은 만 2세 이하 또는 18개월 미만 아기의 스마트폰 등 노출을 규제하고 이후에도 18세 이하 과몰입 자녀의 보호자에 대한 벌금 부과(대만), 5세까지 1시간 내 사용 권고(미국)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을 오래 쐬면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 밤에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고 각성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취침 2시간 전부터는 가급적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 청색광을 줄여주는 화면설정, 앱·보호 필름 사용으로 청색광 노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 낮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자주 졸고 밤에는 불면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면 병원 수면클리닉에서 상태를 점검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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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