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제개편안 주택시장에 악영향 끼친다

2017-12-21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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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전문가들, 주택매물량 고갈 우려

▶ 모기지 이자 세금혜택 변경도 부정적 영향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을 바라보는 부동산 업계의 시각은 우려 일색이다. 대규모 감세가 위주라지만 부동산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재고량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 점이다. 민주당 우세지역인 가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의 주에서 개편안 시행에 따른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세제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부동산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짚어봤다.

■ 주택 매물 씨 말린다

세제개편안 시행에 따라 우려되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셀러들에게 제공되던 세금 혜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과 이에 따라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매물이 더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세금 혜택이 줄어들면 주택 거래를 위축시켜 결국 주택 가치를 끌어 내릴 것으로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전망하고 있다.

주택 매매시 발생하는 소득에 부과하는 양도 소득세의 세율이 조정되면 집을 내놓으려는 주택 소유주들이 감소, 사상 유례 없이 낮은 수준의 주택 매물량이 아예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NAR측은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의 랠프 맥래플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가뜩이나 낮은 주택 매물량을 더욱 감소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을 거꾸로 뒤집는 결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개편안이 시행되면 고가 주택 시장에서 생애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능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편 셀러의 주택 처분 의지를 꺾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주택 거래 위축시킬 것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주택 거래가 위축되는 결과가 우려된다.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팔 때 적용되던 양도 소득세 규정이 현재보다 불리하게 변경되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 양도 소득세 규정에 따르면 양도 소득액 50만달러(부부 합산시)까지는 세금이 공제된다. 이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매매하는 주택에 과거 5년중 2년 이상 거주 기록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50만달러까지 세금이 공제되는 규정은 변경되지 않지만 거주 기간이 과거 8년 중 5년 이상으로 대폭 연장된다.


NAR의 통계에 따르면 셀러 중 약 26%의 평균 거주 기간은 5년 미만으로 양도 소득세 혜택에서 제외되는 비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모기지 이자에 적용되던 세금 혜택에 대한 변경도 주택 거래에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행 세금 혜택의 경우 모기지 이자액 100만달러까지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개편안에 따르면 세액 공제 대상 모기지 이자액이 절반인 50만달러로 대폭 하향조정될 예정이다.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액 공제 감소안은 모기지 대출액 규모가 높은 고가주택의 주택 거래를 위축시킬 전망이다. 공제액 감소안은 세제개편안이 발의된 11월2일 이후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이전 구입자들은 모기지 이자액 100만달러까지 공제 혜택을 종전대로 받을 수 있다.

■ 신규 주택 공급량, 개편안 시행 결과에 달려

NAR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물 수준은 현재 29개월 연속(연간대비)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감소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신규 주택 공급이 소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매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만큼의 공급량에는 미치지 못하고 그나마 하반기에 가서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규주택 공급량은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현재 수년째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의 대니얼 해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제개편안 시행이 부동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신규 주택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주택매물 감소 현상은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주택 거래 열기가 뜨거운 콜로라도 덴버의 주택 매물량은 2010년 이후 무려 73%나 사라져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트룰리아 닷컴 자료).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경우 같은 기간 주택 매물량이 약 67%나 빠졌고 달라스와 애틀랜타도 매물 수준이 각각 약 55%와 약 56%씩 큰 폭으로 감소, 심각한 매물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 셀러들 이미 ‘지켜보자’ 심리 확산

세제개편안이 시행되기도 전부터 이미 부동산 업계는 영향을 받고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셀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 닷컴의 스카일라 올센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 처분 기간이 평균 약 4년밖에 되지 않는 북가주 팔로알토의 경우 셀러들이 집을 처분하면 약 7만5,000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확정된 개편안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이미 주택 거래를 취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뉴저지의 한 부동산 브로커는 최근 거래액 140만달러짜리 거래를 놓치고 말았다. 고객인 셀러가 공화당 개편안 추진으로 추가 납부하게 되는 세금과 줄어드는 세금 혜택을 우려해 주택 처분을 미루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에 개편안 시행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도 있다. 주 소득세와 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 플로리다주와 같은 주의 경우 세금 폭탄을 피해 이주하려는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로리다의 경우 주택 가격이 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밀레니엄 세대 등 젊은층의 주택 구입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지역 부동산 업계가 기대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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