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판문점으로 북한의 한 병사가 귀순 도중 총상을 입었다. 거의 죽을 상황이었으나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과장인 이국종 교수의 응급 수술로 살아났다. 국민들은 마치 역전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동을 받으며 환호성을 보냈다. 사람들은 왜 이국종 교수의 수술에 열광할까?
그의 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저는 수술 전 환자의 신상조사를 안 합니다. 그냥 위험에 처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런데 후에 알게 되었지만 제가 치료한 환자들의 95% 가 노동자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위험에 노출되기에 더 많이 다치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나라 경제를 떠 받드는 사람들 아닌가요?”이 인터뷰 하나만으로도 이국종 교수의 인격, 인간관, 그리고 삶의 철학을 짐작케 한다.
한국에서 외상외과 치료는 하면 할 수록 수입보다는 적자가 생기는 구조라고 한다. 불평등한 제도 때문이다. 그런 구조가 이국종 교수를 좋아할리 없지만 그래도 그는 “돈 때문에 치료 받을 수 없다면 참혹한 일 아닌가요?”라며 묵묵히 자기 할 일을 감당해 간다. 그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유다.
12월은 크리스마스 캐롤, 장식, 선물로 인해 축제 분위기로 가득한 달이다. 그러나 축제 때만 되면 오히려 더욱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몸과 마음이 추운 사람들이다. 주변은 시끄러운 데 이들은 쓸쓸하다. 사실 크리스마스가 누구보다도 그런 자들을 위한 날임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아기 예수는 나사렛의 한 가난한 여인 마리아에게 잉태되었다. 마리아는 당시 로마 황제와 그의 꼭두각시 헤롯의 지배 하에 있었다. 그들에 비해 그녀는 세상에서 가난하고 영향력도 없는 볼품 없는 존재다. 그런데 천사가 그녀에게 나타나 중요한 말을 한다: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눅 1:20) 하나님이 세상에서 존재감 없는 그녀와 함께 하시겠다는 의미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노예로 살았다. 세상에서 노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 말씀하신다:“내가 억압중에서 신음하는 내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었노라. 나는 그들과 함께 한다.”(출 2:23-25) 마리아와 같이 몸과 마음이 추운 사람을 외면치 않으시고 함께 하신다는 의미다. 세상은 로마황제와 헤롯왕 같은 권세자를 찬양하고 따른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그들과 대조되는 사람들과 함께 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예수는 그 메시지를 증명하시려 세상 권세자보다 세상이 천히 여기는 마리아에게 잉태하시며 오셨다. 세상의 원리와 역전되는 모습이다. 이 세상에 차별이 있을 수 없이 모두가 중요하고 귀하다는 의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억해야 할 메시지다.
이국종 교수는 명문 의대 출신이 아니다. 집안도 화려하지 않다. 환자 치료비 대납으로 빚이 8억이나 있다고 한다. 5년전 아덴만 작전으로 구출한 석해균 선장도 그가 응급수술로 살렸었지만 그의 현실은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생명을 최 우선으로 여기는 그의 신념은 돈, 불의한 씨스템, 그리고 흠집내기 비난과 상관없이 꺽일줄 모른다. 이번 판문점 귀순 병사의 수술 보고 당시 기생충 문제로 인권 논란이 있었다. 그 때도 그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내게 있어서 최고의 인권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이국종 교수도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다. 실수와 약점이 있을 것이다. 성공 이면에 실패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환호성을 보낸다. 거의 신드롬 수주이다. 왜? 그에게서 크리스마스의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낮고 천한 자를 귀히 여기시며 그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 오신 임마누엘 그리스도의 모습이 반사되기 때문이다. 부디 이 성탄의 계절이 우리의 언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복음의 향기로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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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