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유리천장 깬 김소향 , “노래 부를 때마다 눈물나요”
2017-11-21 (화) 12:00:00
“오디션장에서조차 동양인은 저 한 명뿐이었어요. 제가 지원했던 역할 또한 앙상블(코러스)과 수녀 ‘메리 로버트’ 커버(대타)였고요. 최종 계약서에 찍힌 배역이 메리 로버트 주연이란 전화를 받고 뉴욕 한복판에서 돌고래처럼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니까요.(웃음)”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된 배우 김소향(39·사진)은 최종 합격 통보를 받던 순간의 감격을 이렇게 전했다.
그가 캐스팅된 ‘메리 로버트’는 수줍은 어린 견습 수녀지만, 수녀원에서 점차 내면의 강인함을 되찾는 배역이다. 미국 배우 중에서도 ‘예쁜 백인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역할이다.
“워낙 ‘시스터 액트’ 설정 자체가 백인과 흑인 수녀들의 이야기예요. 브로드웨이가 자유롭고 열린 무대 같지만, 여전히 인종과 관련한 캐스팅에서는 보수적이에요. 이번 공연이 아시아 투어를 위해 꾸려진다는 데 용기를 갖고 지원서를 냈습니다.”
역시나 오디션장에 나타난 동양인은 김소향 단 한 명뿐. ‘대타’와 ‘앙상블’에 도전한 그지만 제작사는 1·2차 오디션에서 춤과 노래 등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그를 최종 오디션에까지 올렸다. 그는 최종 오디션에서 메리 로버트의 솔로곡 ‘더 라이프 아이 네버 레드’(The Life I Never Led)를 부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에게 ‘대타’도 ‘앙상블’도 아닌 메리 로버트 ‘주연’을 줬다. 2010년부터 뉴욕에서 고군분투해온 그가 맡은 가장 큰 배역이자 성과였다. 미국에서는 신인에 가깝지만, 한국에서 그는 맘마미아‘, ’아이다‘, ’드림걸즈‘, ’마타하리‘ 등 굵직한 대형 무대에 서온 베테랑이다. 뮤지컬 배우로 한창 잘 나가던 서른 살 무렵 뉴욕에서의 새 도전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