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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상속세-불편한 진실

2017-10-30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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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가 죽었다. 남긴 재산은 1,000만 달러. 상속세(estate tax)로 24%를 냈다. 연방에 130만 달러, 뉴욕에 110만 달러(싱글 기준). 우리, 이 대목에서 한번 솔직해보자.

당신이 놀부라면 이 세금을 순순히 내고 싶을까? 당신이 가난한 흥부라면 대답을 바꿀까?놀부 손님은 내게 항의한다. 문 회계사, 전에 세금 다 낸 돈으로 모은 재산인데, 왜 또 세금을 내라고 하지? 가난한 흥부가 거실 안마의자에서 편하게 쉴 때, 알잖아, 난 새벽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일했어. 결국 그래서 이렇게 동생보다 먼저 죽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흥부 집안에 공짜 메디케이드나 공짜 등록금을 대주겠다고, 내 피 같은 돈을 정부가 또 뺏어 간다고?놀부의 푸념은 계속된다. 문 회계사,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더 문제야.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은 것이 무슨 죄야?


부의 세습이니, 부자감세니 하면서 난리들이잖아. 나의 부(wealth)는 내 노력에 의해서만 정당화되어야 하나? 부모가 훌륭한 인품이나 신앙심을 자식에게 넘겨주는 것은 칭찬들을 하면서, 부모가 보여준 노력과 거기서 나온 재산을 주는 것은 왜 비난받아야 하지? 이런 징벌적 상속세는 당장 폐지되어야 해.

놀부의 이런 항의에 나도 동감한다. 반대 입장도 많은데, 그것은 다음에 정리하기로 하자. 어쨌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계획을 놓고 말들이 많다. 며칠 전, CNN에서 테드 크루즈 의원(놀부 쪽)과 버니 샌더스 의원(흥부 쪽)의 상속세에 대한 TV 토론이 있었다. 내 직업상 계속 지켜봤는데, 결국 세금을 경제와 정책의 일부로 봐야 하나, 아니면 분배와 정의의 차원에서 봐야하나, 그 차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안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거세다. 그러나 그의 다른 것은 모르겠고,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그의 주장에 난 동의한다. 세금이나 희년제도는 성경에 나오지만, 상속세는 예수님 이래 1916년 동안이나 없었던, 1차 세계대전 때 정착된 새로운 세금이다. 금액적으로 봐도, 전체 연방 세수의 1%도 안 되는 아주 미미한 세금이다. 한국에서는 전체 상속건의 2%, 미국(연방)에서는 0.2%만 상속세를 실제로 내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인 논쟁과 전체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었다. 물론 내 장사만 생각한다면, 상속세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부자 손님들 재산 상속계획(estate planning)을 도와주고 버는 돈이 적지 않은데, 상속세가 더 복잡해지면 내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상속세를 없애자는 트럼프는 옳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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