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터의 승리배경·한계, 한국 교회 비판적 성찰 등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지 500주년을 맞았다. 국내 출판계에서도 루터를 재조명하는 책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고 연합뉴스가 25일 보도했다.
가장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건 ‘루터’(제3의공간)다. 르네상스 시기 교황제도에 관한 세계적 연구자 폴커 라인하르트는 루터가 ‘선’이고 교황청을 ‘악’이라고 규정한 기존 구도를 뒤엎어버린다. 저자는 바티칸 문서고에 잠들어 있던 당시 교황청의 회의록, 칙서, 외교관들의 보고서를 발굴해 ‘승자의 눈’으로 기록된 역사를 입체적으로 재정의한다.
특히 저자는 루터를 ‘미디어 전술의 천재’로 규정한다. 유럽 기독교 문명의 변방인 독일의 일개 수도사가 ‘예수의 대변인’인 교황 레오 10세를 상대로 싸울 수 있었던 건 출판의 힘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루터는 논쟁이 끝날 때마다 이를 기록, 인쇄, 배포해 독일 민중과 소외당하는 지식인, 성직자의 지지를 결속시켰다.
박흥식 교수가 직접 쓴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21세기북스)도 있다. 저자는 루터를 ‘헌신적인 개혁가’라고 인정하지만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루터는 귀족들이 농민을 착취하는 현실에 눈을 감았고, 권력자의 아량에 기대 당장 손에 잡히는 성과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즉 책은 종교개혁이 초래한 교회의 분열, 농민전쟁, 반유대주의 등 한계를 거론하며 루터를 신격화의 대상에서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끌어내린다. 그러면서 한국 개신교회도 루터의 유산을 분별력 있게 계승해 이웃을 위한 종교로 거듭나자고 제안한다.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을유문화사)은 한국 교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 집중한 책이다. 총신대 교회역사 교수 라은성, 고신대 신학과 교수 이상규, 청어람ARMC 대표 양희송 등 세 명의 저자가 기독교의 역사부터 오늘날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집대성했다.
광복 직후 친일 청산의 좌절, 군부독재 시절 정치권력과 유착한 교회, 1990년대 초 시한부 종말론의 대두, 오늘날 성장 만능주의 등 개신교계의 어두운 부분을 과감하게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