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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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6년 전, 뉴저지 약국에서 생긴 일

2017-10-09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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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저지시티 병원 앞에 캐리 약국이라고 있다. 붉은 색 벽돌 건물의 이 약국 주인은 마크 스미쓰(Mark Smith). 지난 수요일 아침, 그가 나타난 곳은 약국이 아니라 뉴왁의 연방 법원. 6년 전, 약국(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갖다 쓴 170,831달러가 IRS에게 걸렸다. 집 사는데 보탠 것이 가장 컸고, 나머지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잔돈푼'이었다. 매달 나가는 자동차 리스를 회사 계좌에서 자동이체 시켰고, 현금 매상을 ‘조금’ 자기 호주머니에 넣었을 뿐이다.

그렇게 내 회사 돈을 갖다 쓰고 회사비용으로 적당히 처리했다면, 그것은 공금의 횡령, 소득의 누락, 그리고 납세의 면탈, 결국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가 된다. 3년 감옥에 벌금 25만 달러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 그 뿐일까? 그 약사는 결과적으로 자녀들까지 보이지 않는 공범으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회사 카드로 사주는 밥을 먹었고, 아버지가 회사 계좌에서 내준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을 회색 지대(gray area)라고 부른다. 소위 사각지대라고도 하는 그 ‘애매한’ 부분을 잘만 활용하면, 세금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회사 돈을 그렇게 갖다 썼으면 그것은 탈세다. 탈세면 탈세고, 아니면 아니지, 애매한 세법은 없다. 내가 아는 한, 절세와 탈세의 중간지대는 세상에 없다.


나는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20년. 그렇게 지난 30년을 회계사로 밥 먹고 살았다. 그동안 이런 저런 자료와 책들을 수백 권 읽어봤지만, 그리고 숨은 실력의 유태인 회계사들 세미나라고 해서 멀리도 찾아가봤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 세금에 있어서 애매한 회색지대는 없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 세법이다. 지난 달, 뉴저지 어느 큰 회사의 법인세 감사가 No Change, 즉 기존에 보고한 것에 고칠 것이 없다는 결정으로 끝났다. IRS가 2년을 끌었는데, 결국 내가 이겼다. 그렇게 세무감사는 증거와 논리의 싸움이지, 애매하니 마니 하는 말장난이 아니다. 그 약사 재판을 지켜보는 내내, 나는 영화 '라이어 라이어(Liar Liar)'의 변호사가 생각났다. 주연 배우(짐 캐리)의 이름과 약국 이름이 같은 것도 참 우연이다.

바보들만 내는 것이 세금이 아니다. 세금 제대로 내는 사람들이 똑똑한 사람들이다. 세금 떼어먹어서 오늘 하루 부자가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진짜 부자가 되고 싶으면, 세금부터 제대로 내자. 백보 양보해서, 탈세한 장물(회사 카드)로 자식들 생일 케이크를 사는 아빠는 적어도 되지 말자. 더욱이 회계사는 손님들 돈 빼돌린 것, 뒤치다꺼리나 하는 전문가가 아니다. 정신 차려야 할 사람들, 참 많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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