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모든 신문과 방송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법 개정안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오죽하면, 미국 세금을 하나도 모르는 내 어머니까지 전화를 했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이 뉴스가 크게 다뤄진 모양이다. 그렇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기자들을 보면,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기사들을 읽으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딱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기사 제목들은 대부분 ‘법인세율 35%에서 20%로 인하’.
그 기사를 읽은 손님이 아침 일찍, 기쁜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문 회계사, 그럼 내년부터 내가 법인세를 15% 덜 내게 되는가?" 해당 기사는 훌륭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도 있었다. 첫째는 최고세율과 내 세율은 다르다는 것, 둘째는 미국의 법인세는 이번에 보도된 연방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정부(경우에 따라서는 시정부) 법인세까지 있다는 것.
찬찬히 하나씩 들어가보자. 먼저, 연방 법인세율은 다단계 누진제다. 법인세 과표(taxable income) 5만 달러까지는 15%, 그 위 2만5,000달러는 25%. 그렇게 계속 올라가서 가장 높은 세율이 35%가 된다.
그런데 이 35%라는 최고세율은 순이익이 1,833만 달러가 되어야(한국 돈으로 1년에 200억 원은 벌어야) 적용이 되는 세율이다. 실제로 작년에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홈디포(Home Depot)나 버라이즌(Verizon)도 이 정도 세율까지는 내지 않았다. 따라서 기사 본문에라도 35%와 20%는 최고세율(top statutory rate)이라는 보충 설명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는 한국의 일부 언론들 보도 태도다. 트럼프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한국의 어떤 신문들이 금요일 조간에 '미국은 내리는데 왜 우리만 거꾸로 가냐'면서, 한국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계획을 반대하는 기사와 칼럼을 써냈다. 법인세율이 미국은 35%에서 20%로 내리는데, 한국은 오히려 22%에서 25%로 올리려 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주된 내용.
그 기자가 간과한 것이 미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대부분 연방 법인세만 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뉴욕시 법인만 하더라도 15%의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한다. 지방 법인세가 없는 한국의 법인세율과 미국의 법인세율 중에서 연방 것만 단순히 비교하는 것, 그것도 최고세율만 달랑 비교하는 것은 기사 작성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아무리 기사 편집이 신문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우리 어머니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편집 방향에 맞춰서 각색하는 것은 기자의 월권이다. 다 떠나서, 기업의 경쟁력은 법인세율 하나로 결판나는 것도 아니다. 산을 중간쯤 올랐는데, 정상에서 내려오는 미국 사람들을 만났다고 치자. 그렇다고 나도 그 사람들을 따라서 다시 내려가야 옳을까? 각 나라나 사회가 처한 상황이 같을 수 없다.
세법 개정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 마음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언론은 그 스스로 철저한 자기 비판과 검증 위에 서야 역사에 떳떳하다. 물론 현실은 정부와 대기업 광고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언론을 의지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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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