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번 뿐인 인생, 주택 구입보다 일단 즐기자

2017-09-28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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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너무 오르고 더 나은 직장위해 잦은 이동

▶ ‘주택 구입 번거롭다’ 생각에 임대 선호 많아져


지난해 5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 주택소유율이 올 들어 소폭 올랐다. 그러나 상승폭은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주택소유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는 대신 임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인데 원인은 여러 가지다. 부동산 크라우드 펀딩 업체 ‘리얼티 모굴’(Realty Mogul)이 여론 조사 기관 해리스 폴에 의뢰해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지 않고 임대를 선호하려는 이유를 알아봤다.

■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 질색

미국 성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무려 약 71%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주택 구입 절차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까다롭다고 답했다. 그래서 절차가 훨씬 간단한 주택 임대를 선호한다는 반응인데 주택 시장 침체 이후 모기지 대출을 신청해 봤다면 이 같은 반응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모기지 대출 기준이 본격적으로 강화된 이후부터 대출 신청에 제출해야 할 서류량이 대폭 늘어 주택 매물을 보기도 전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모기지 대출을 받는데 걸리는 기간도 예전에 비해 크게 연장돼 평균 한달 이상 걸리는데 무사히 내집을 장만하려면 이 기간 동안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 다른 바이어와 경쟁도 싫어

특히 요즘에는 매물이 절대 부족한 지역이 많아 즐거워야 할 매물 쇼핑 절차마저 매우 고통스런 절차로 바뀌었다. 매물을 찾은 뒤에도 여러명의 바이어의 경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셀러와의 치열한 ‘협상전’을 거쳐야하는 것도 주택 구입 절차가 임대보다 힘든 점이다.

반대로 주택 임대 절차는 빠르면 수일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소하다는 것이 주택 임대 선호자들이 꼽은 장점이다. 임대 매물을 본 뒤 신청서를 제출하면 집주인으로부터 대개 며칠 안에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하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점도 주택 구입 대신 임대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목돈 마련하기 힘들어서

내집을 장만하려면 반드시 목돈부터 모아야 한다는 생각도 주택 구입을 가로 막는 이유로 조사됐다. 응답자중 약 70%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적어도 30대 중반까지는 주택 임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을 내놓은 응답자 중에는 다운페이먼트 자금으로 반드시 주택 구입가의 20%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저 3%만으로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대출 프로그램이 있고 크레딧 점수가 좋지 않아도 FHA융자 등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생애 첫 주택을 장만하는 구입자들의 평균 다운페이먼트 비율도 약 6%라는 통계가 있기 때문에 굳이 20%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 집값 너무 올랐다

그러나 최근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낮은 비율의 다운페이먼트 자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최근 전국 주택 중간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약 25만8,000달러로 3%에 해당하는 약 7,740달러를 젊은층 구입자들이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여기에 약 2%~5%에 해당하는 클로징 비용과 대출 승인시 은행측에 증명해야하는 별도의 적립금 등 까지 합치면 25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는데도 최소 약 1만5,000달러의 현금이 필요하다.

■ 밀레니엄 세대 ‘욜로족’ 증가

기존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내집 마련이 인생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층의 주택 구입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인생은 한번뿐’이라며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족이 늘고 있는 추세로 주택 구입 시기를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주택 구입 비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밀레니엄 세대 중 약 절반은 돈이 있다면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하는 대신 여행 등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45세 이상 응답자중 욜로족 비율은 약 2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층 주택 구입이 저조해지면서 첫 주택구입자 비율도 낮은 수준이다. 1996년 첫 주택구입자 비율은 약 46%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으나 침체 직후 비율은 약 37%에 그치고 있다.

■ 잦은 직장 이동 때문에

응답자중 약 35%가 주택 소유보다 임대를 선호한다고 답했는데 이유는 잦은 직장 이동 때문이었다. 노동청의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평균 약 12차례에 걸쳐 직장을 바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직장을 이동할 때마다 주택을 장만해야 한다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곳에 정착하려는 경향보다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추세가 늘면서 주택 보유보다는 주택 임대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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