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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대한항공의 미국인 조종사

2017-09-25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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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줄 때는 딴청 피다가, 나중에서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세금보고라고 그게 없을까? 많은 세금 혜택은 그냥 떨어지는 감나무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놓쳐서 손해를 보면 기분이 어떨까? 아니, 그것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돈의 문제다.

예를 들어서, 국외근로 소득공제(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를 보자. 다 알겠지만, 이것은 해외에 살면서 땀 흘려 돈을 벌었으니 102,100달러까지는 소득공제를 해주겠다는 것. 우리 흥부는 미국 시민권자다. 몇 년 전, 대한항공(KAL)에 조종사로 취직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외국(한국)에서 번 돈을 굳이 우리나라(미국)에 세금보고 할 필요가 없단다. 국외근로 소득공제, 외국납부 세액공제, 그리고 이중과세 방지 조약까지. 어차피 낼 세금도 없을 텐데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핀잔만 들었다. 그렇게 미국에 세금보고를 안 한 채, 몇 년이 흘렀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미국 국세청(IRS)이 흥부가 대한항공에 취직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제야 부랴부랴 밀린 세금보고 3년 치를 한꺼번에 보냈다. 매년 10만 달러의 국외근로 소득공제 등을 받고나니, 내야 될 세금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IRS로부터 온 답장은 - 국외근로 소득공제를 인정해줄 수 없으니, 세금 얼마, 벌금 얼마, 거기다 이자까지 얼마를 당장 내시오. 사실, 다른 문제는 없었다. IRS가 문제 삼은 것은 딱 하나 - 타이밍.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사례지만, 2015년 소득이면, 아무리 늦어도 2017년 4월 17일까지는 보고를 했어야 했다. 다행히 회계사를 잘 만나서 해결은 잘 되었다. 그러나 때를 놓친 만큼, 그동안 맘고생도 많았고 회계사비도 많이 들었다. 버스를 놓쳐서 비싼 택시를 탄 꼴이다.

뱃놀이 나갔다가 진주 목걸이를 떨어뜨렸다고 치자. 아주 천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영롱한 진주알들을 상상해보자. 지금은 손만 뻗으면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했다. 이유는 둘 중 하나. 목걸이가 떨어진 줄도 몰랐거나, 아는데도 발만 동동 굴렀거나. 누가 더 문제일까? 둘 다 문제다. 세금혜택은 타이밍의 문제고 적극적으로 찾는(voluntary elective) 자세의 문제다.

하나만 더. 한국에서 번 돈은 무조건 10만 달러까지 면세다 - 그것은 대단한 오해다. 과거에 그렇게 잘못을 했다면, 지금도 안심할 수 없다. 한번 걸리면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래서 국외근로 소득공제(EFIE)는 IRS에게 ‘노다지’요 금광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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