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레게 시계 역사 새로 쓰다

2017-09-06 (수) 조성진 기자
크게 작게

▶ 스위스 하이엔드 브랜드 다이얼 디자인 돋보여

스위스의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브레게가 지난달 24일 이태원의 그랜드하얏트 호텔 리전시룸에서 ‘2017 바젤 노벨티’ 전시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서 브레게는 ‘2017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 및 브레게의 대표적인 모델 12점을 공개했다. 물론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이었다. 균시차-퍼페추얼 캘린더-투르비옹 기능을 탑재한 시계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 실물을 접하며 몇가지 점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먼저 파도가 치듯 출렁이는 듯한 기요세 패턴의 다이얼 디자인이다. 각도에 차이를 두고 몸을 움직이며 이걸 보면 실제로 물결이 출렁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간 기요세 패턴 디자인은 수많은 시계들이 채용을 했지만 이렇게 정교하고도 세련된 형태로 선보인 예는 없었다. 브레게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요세 패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억8000만원이나 하는 초고가의 시계에 왜 하필이면 바다와 파도를 연상케 하는 무늬를 시계 디자인의 중심으로 삼았을까? 여기엔 브레게의 역사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브레게 시계 역사 새로 쓰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생전에 길이 남을 발명품들로 주목받았다. 1814년 루이 18세는 그를 파리 경도국(Bureau des longitudes) 위원회 일원으로 임명했다. 1795년 국민 공회(National Convention)에 의해 설립된 경도국은 천체학의 다양한 부문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경도국의 임무 중엔 천체력 등의 참고 문서들을 매년 발행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경도국에 속한 20여 명의 위원 중에는 기하학자, 천문학자, 선원, 예술가 등이 속해 있었는데 여기에 시계 전문가인 루이 브레게도 있었다는 건 그만큼 그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했나 잘 보여주는 예다.

물리학자와 선원들에게 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브레게는 시계 부문에서 최고 권위자가 되었고, 특히 바다에서의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노하우를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탁월함을 인정한 루이 18세는 1815년 10월27일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를 프랑스 왕정 해군을 위한 크로노미터 메이커로 공식 임명했다. 당시 이것은 시계제작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칭호이자 타이틀이었다.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제작할 수 있는 마린 크로노미터는 바다에서 함선의 위치를 계산하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브레게가 맡은 임무는 국가 전반에서 봤을 때도 매우 필수적인 역할이었다.

바로 이러한 브레게의 영광스러운 역사성이 이번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조성진 기자 >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