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를 준비하는 한인들

2017-08-17 (목)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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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점차로 연장되면서 은퇴을 앞둔 한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70~80세가 아닌 90~100세, 혹은 그 이상까지도 생존이 가능해지면서 전통적인 60세은퇴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은퇴이후 삶의 시간이 부쩍 연장되면서 은퇴를 둘러싸고 삶의 질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인들도 이민 1세들이 빠른 속도로 은퇴 연령층에 돌입하면서 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은 은퇴를 앞두고 일평생 모은 재산에 대한 처리문제가 아닌가 싶다. 은퇴 후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오랜 기간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모아놓은 재산이 넉넉해 은퇴 후에도 충분한 소득이 보장된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일생동안 모아놓은 재산이 자신이 현재 사는 집 한 채만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한인들의 경우 숟가락 하나라도 자식들에 남겨줘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유교적인 사고방식과 부쩍 늘어난 은퇴 후 생활을 대비해 모아놓은 재산을 자식에게 넘기지 못하고 자신들의 생활을 위해 써야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아직은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우세하지만 한인들의 은퇴가 가속화되면 평생 모은 재산을 은퇴용으로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은 재산이 아주 많거나, 혹은 아주 없는 경우 이러한 고민이 많이 줄어들게 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경우에는 할 수 없이 재산을 둘러싸고 자식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세 시대가 바로 눈앞에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은퇴라는 것은 바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후에 생활을 염려하고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들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유교적인 사고로 무장된 한인들에게는 남은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자신들의 모은 재산 대부분을 쓰고 자식들에게 남겨주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말은 안 해도 부모로부터 뭔가 도움을 바라는 자식들로부터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은퇴 후 뾰족한 수입원이 없는 경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에퀴티를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아쓰는 역모기지도 한인들 사이에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또 위의 경우는 아니지만 얼마 전 나의 고객 중 수년 전 상처 한 분이 재혼을 하려고 갖고 있던 부동산 처리문제와 관련, 필자에게 상의를 한 적이 있었다. 은행융자가 없는 본인이 살던 집과 조그만 인컴 유닛을 갖고 있는데 소유권 이전 등에 대해 질문하기기에 처리 방법 등을 알려드렸다. 얼마 후 전화가 걸려와 재혼을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유인 즉 자식들이 재혼을 하면 자신들에게 상속될 재산이 새 부인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을 염려해서 재혼을 못하게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식들은 다른 이유를 들었다고 했지만 실상은 재산을 둘러싸고 아버지의 재혼을 막은 경우가 된 모양새다.

이렇듯 은퇴하는 한인들이 늘어나면서 주변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부모와 자식 간의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인 은퇴자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 은퇴관련 조사에 의하면 현재 은퇴가 가장 활발히 진행중인 베이버부머들의 약 35% 정도만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는 반면, 자녀의 70% 이상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 후 생활비는 계속 필요한데 여기에다 자식들의 눈치까지 보게 되면 정말 은퇴 후 생활이 서글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의 (213)590-5533>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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