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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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렌트비‘소매업소들의 무덤’

2017-08-09 (수)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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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타운 상가 임대료 천정부지

▶ 경기상황 안 따지고 해마다 올리기만

최저임금·보험료까지…‘밑지는 장사’
결국 상권위축 이어져 타운발전 저해

맨하탄 한인타운에서 델리를 운영했던 한인 이 모(65)씨는 최근 건물주의 렌트 인상 요구에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온 비즈니스를 접었다. 건물주가 부동산세 인상을 이유로 기존 렌트보다 2만 달러나 인상된 10만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 이씨는 “가게를 매물로 내놨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렌트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말 그대로 맨손으로 나왔다”며 한숨을 지었다.

뉴욕일원 한인타운의 상당수 한인업소들이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해마다 꼬박꼬박 오르는 렌트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불경기 여파로 매상이 늘기는커녕 감소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인타운 업소들은 타 지역보다 높은 렌트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각종 인건비와 보험료가 큰 폭으로 치솟으면서 폐업을 고려하거나 실제 폐업까지 가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다.

본보가 8일 맨하탄 32가와 퀸즈 플러싱•베이사이드, 뉴저지 포트리•팰리세이즈팍 등의 상업용 렌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지역의 한인업소들은 인근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렌트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역은 전년대비 최대 10%까지 렌트가 치솟아 2~5%에 달하는 뉴욕시 평균 렌트 인상폭의 2배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맨하탄 한인타운 상인들의 고통이 가장 심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맨하탄 32가 상가지역 렌트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평균 약 10%씩 올랐다. 8일 현재 32가 선상의 상점 렌트는 스퀘어피트당 200~250달러, 오피스는 스퀘어피트당 50~5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32가와 인접한 30가와 31가, 33가의 상점 렌트가 아직 80~100달러 선인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한 부동산 브로커는 “맨하탄 경우, 렌트 뿐만 아니라 테넌트가 건물주의 재산세와 보험료, 관리비 등을 모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소위 ‘트리플 넷 리스’(NNN 리스) 계약이 대부분이라 테넌트들의 캠차지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지역 역시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한인업소들의 렌트 부담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일원의 노던블러바드 선상에 위치한 상점의 렌트는 스퀘어피트당 60~70달러, 오피스는 25~3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으로 타 지역 보다 10~20% 가량 높은 수준이다.

높은 렌트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당분간 지속해서 오를 것이란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플러싱 메인 스트릿과 루즈벨트 상권은 스퀘어피트당 최대 200달러 이상으로 맨하탄 한인타운과 거의 같은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 한인상권도 예외가 아니다. 포트리는 허드슨라이트 개발로 상점 렌트가 스퀘어피트당 95달러까지 올랐다. 포트리 메인스트릿 경우, 현재 스퀘어피트당 55~65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허드슨라이트 개발로 이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피스는 스퀘어피트당 35~45달러다. 팰리세이즈팍의 상점 렌트는 스퀘어피트당 45~65달러, 오피스는 35~45달러다.

이처럼 타 지역보다 높은 렌트는 한인타운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한인사회 전체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비록 건물주가 ‘갑’이지만 테넌트가 폐업할 경우, 건물주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건전한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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