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질환에 ‘귀신 쫓아내야’식 접근은 위험

2017-07-18 (화)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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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가족미션 김영철 목사

정신질환에 ‘귀신 쫓아내야’식 접근은 위험

김영철 목사는 수시로 한인사회를 위한 정신건강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전문의 진료·심리상담 병행

신뢰 바탕 신앙도 되찾아


평생 한 번도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건강하다고 죽을 때까지 병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결코 없다.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마음도, 영혼도 얼마든지 병에 걸린다.

“정신적 문제로 힘들어 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대형 교회에서 전도왕으로 뽑힐 정도로 열심이었죠. 청년이 청년부 소그룹 모임에서 자신의 고통을 나눴습니다. 그 다음부터 예배를 가면 아무도 청년의 주변에 앉지를 않았어요. 결국 3년 동안 교회를 못 나갔습니다. 상처 위에 더 큰 상처를 입은 거죠.”

김영철 목사는 정신건강가족미션(Mental Health Family Mission)의 남가주 소장을 맡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와 목회자의 대응이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교인에게 ‘기도로 쫓아내야 한다’면서 ‘약을 먹지마라’고 주장하는 목사님이 아직도 종종 있습니다. 어떤 자매는 이러다 10년을 허송하고 증세가 아주 악화된 적도 있어요. 물론 약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전문의사의 처방에 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 목사는 자살률 1위를 지키는 한국과 한인 이민사회의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에서도 자살 케이스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한인은 스트레스를 잘 받습니다. 살아가는 여건도 매우 경쟁적입니다. 주변 사람끼리 서로 비교하며 의식하고 신경을 많이 쓰지요. 그렇지만 정작 스트레스를 다루고 해결하는 데는 아주 서툴러요.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노는 방법도 잘 모르고요.”

지난 2010년 설립된 정신건강가족미션은 일 년에 약 600명에 달하는 한인에게 정신질환 예방과 치유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300여 명에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또 신앙적 접근을 포함해 전문의 진료와 심리상담 등을 동원한 다각적 방도로 정신질환 치료를 돕고 있다. 모든 과정은 무료이며 전문가들이 기꺼이 자원봉사하고 있다.


김 목사 본인도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상담하면서 자비량으로 섬겨 왔다. 그러다 상담 요청이 폭주하면서 두 달 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풀타임 사역에 뛰어 들었다. 많게는 하루에도 다섯 차례나 정신질환 환우와 가족을 만나 일차적 상담을 하기도 한다.

“기도가 소중하지만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정신질환을 갖게 된 젊은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하고 정의감도 더 많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더 받고 마음에 병이 드는 겁니다. 이들과 같이 식사하고 농구도 하고 때론 운전대를 맡기죠. 그러면서 병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돕습니다.”

김 목사는 먼저 부모와 가족 그리고 목회자가 정신질환 환우와 나누는 대화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각 상태가 심한 환우에게 섣불리 마귀나 귀신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증상에 따라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면서 상태를 진정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비로소 서로 기도하면서 신앙을 되찾고 치유의 과정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완치의 개념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의사는 정상적 생활을 하게 되면 나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한인들은 약을 전혀 먹지 않아야 완치됐다고 생각해요. 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합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보세요. 약을 먹으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잖아요.”

뇌도 신체의 일부 아니냐고 김 목사는 반문했다.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사상이 정신질환을 과대포장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토를 조장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체질적으로 몸의 화학적 균형이 잘 안 맞으면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쉬쉬 하며 악화시키지 말고 적극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합니다.” 문의 (714)313-4077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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