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기 전날
2017-06-27 (화) 12:00:00
그레이스 홍/주부
요즘 친구들과의 SNS 창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행복’이다.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이다. 살면서 누구를 막론하고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사건들이 있는데 소원하던 명문대에 합격했을 때,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을 때, 승진했을 때, 소수이기는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이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사건들은 영구적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어 버린다. 희석되지 않는 변함없는 행복은 좋은 배우자와의 안정된 생활과 자녀들이 훌륭하게 성장했을 때인 거 같다. 또 친구나 가족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나, 봉사나 일을 통해서 얻는 성취감, 신앙으로 인해 샘솟는 기쁨과 안정감인데, 현재 내게 가장 큰 기쁨은 손녀가 날마다 커가는 걸 지켜보면서 얻는 기쁨이다.
올가을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는 자리에 누워서 온갖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이 든다. 고향에 가서 추석 음식 준비도 도와 드리고, 연로하신 부모님과 시간도 많이 보내고, 손녀의 재롱도 실컷 보고, 동생들도 불러 모아 가까운 곳에 여행도 가고, 주름살이 늘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맛집에서 서로 공감하며 수다도 떨고 싶다.
항상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조바심 내며 힘들게 살아왔던 날들이 과연 옳았었는지 가끔 회의가 든다. 날마다 지금이 힘들다면 세상 끝날 때까지 늘 뭔가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날들만 살 뿐이다. 이제는 앞으로 맞이할 행복할 날들을 상상하며, 소풍 가기 전날 기분 좋은 설렘으로 내일을 기다리며 살고 싶다.
<그레이스 홍/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