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한인업소 “고객은 왕이라지만 진상고객 어떡해”

2017-06-20 (화) 최희은 기자
크게 작게

▶ 판매중인 과일박스 뒤져 맘에 드는 것만 골라 바꿔치기

▶ 서비스 다 받고도 엉뚱한 서비스 받았다고 생트집

이달 초 플러싱의 한 한인마트에서 참외를 구입하려던 A씨는 바로 옆에서 박스에 담긴 참외를 바꿔치기하고 있는 한인 한쌍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은 박스 너댓개를 다 열어 본 후 이중 큰 참외들만 골라 박스 하나를 채웠던 것.

A씨는 “다른 소비자들은 같은 돈을 내고 작은 것으로 가져가라는 것인데 이렇게 이기적인 행태는 처음”이라며 “계속 쳐다보며 눈치를 줬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진상 고객들, 일명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까지 가세, 업주들의 짜증이 치솟고 있다.


과일 등 먹거리가 푸짐해지고, 술모임 등 외출이 잦아 관련 업계의 매상도 모처럼 오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 진상 고객들로 인해 업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진상 고객들로 가장 붐비는 곳은 한인 마트다. 일정 개수가 담겨, 판매 중인 참외나 배, 사과 등을 직원들의 눈을 피해 이 상자, 저 상자를 다 뒤져 큰 것들만 골라 바꿔치기 하는 얌체 고객들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계산도 치르지 않고 포장지만 두고 간다던지, 늦은 밤 술에 취해 직원에게 반말과 욕으로 인격 모욕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발생, 일부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폭발 직전이다.

플러싱의 한 한인 마트 관계자는 “겨울에 비해 덥고 습해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에 진상 고객들의 수는 서너배는 증가한다”며 “손님이 시비를 걸며 스트레스를 직원들에게 푸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성수기를 맞은 네일 업계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서비스를 받고도 돈을 내놓지 않겠다는 진상 고객들의 수도 함께 늘고 있다. 비영어권 직원들의 영어를 문제 삼으며, 직원들이 말을 못 알아들어 엉뚱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트집을 잡고 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거나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한인 네일 업주는 “발 마사지와 세척 등 페디큐어 서비스를 모두 받아 놓고, 자신이 요구한 것은 색상교체 뿐이었다며 돈을 반만 내겠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지켜보던 다른 고객들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 정도로 억지가 심하지만, 성수기 통과 의례라 여기며 감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식 업계의 경우, 더치 페이 트렌드로 인해 역풍을 맞은 경우다. 단체 고객들이 와서 계산시 카드를 인원수 만큼 내며, 더치 페이 계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

한 한인 업주는 “심지어 10명이 와서 카드 10개를 내놓으며 계산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들도 있다”며 “한 개의 카드로 계산하는 것에 비해 10배의 거래 수수료(transaction fee)가 나가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매장이 붐빌 때는 마음이 급해진 직원들이 칩 카드를 꽂지 않고, 마그네틱 선으로 긁었다가 차지백(Charge Back)이 들어오거나, 더치페이를 요구한 이들 중 꼭 팁을 안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업주나 직원들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은 왕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의 갑질이 너무 당연시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희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