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사람들이 명상 수련을 하고 있다. <불교타임즈>
“한국 불교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재해석이 없는 교리는 박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문이나 팔리어(석가모니 부처 당시의 인도 지역 방언)를 우리말로 번역했다고 해석이 아니다”(참여연대 공동대표 법인 스님)
종교·인문학 연구자들이 불교의 미래를 찾기 위해 12일 마련한 토론회에서 도발적인 주장들이 쏟아졌다.
신대승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이날 서울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 안국에서 ‘한국사회와 불교 10년 성찰과 2025년 불교 미래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21세기 종교의 특징을 탈종교화, 즉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개인적 영성 추구‘라고 진단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템플스테이 등 전통적 방식이 아닌 명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 법륜스님·혜민 스님 등 종교인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있는 인구 비율은 2005년 52.9%에서 2015년 43.9%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불교 인구는 300만 명이 줄었다.
성 교수는 “지금처럼 모든 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는 시대의 인류는 목격한 적이 없다”며 “전통적 제도, 조직 없이도 인간의 종교성을 구현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현상은 ‘제도로서의 불교’와 ‘위안을 주는 가르침’ 사이의 거리를 명확히 드러낸다”면서 “이제 종교는 개인이 선택할 대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개인주의적 영성 추구가 초래할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제도 종교가 오랜 세월 축적한 지혜를 간과할 수 있고, 종교체험이 촉발하는 자아의 팽창은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법인 스님은 ‘종교를 넘어선 종교’의 출현이 한국 불교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진단했다. 법인 스님은 “성 교수가 분석한 세속적 신비주의나 영성의 출현은 불교 입장에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내면에서 존재의 의미와 평화를 찾는 현상은 불교의 기본 토양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불교 인구가 300만 명이나 감소한 것은 ‘불교다움’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불교가 대중과 소통에 소홀하고 ‘깨달음 지상주의’에 갇히면서 나눔, 도덕, 생명살림, 자유, 평등, 정의, 자비 등 보편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법인 스님은 “여느 종교와 같이 불교도 경전의 ‘말씀’과 사회를 향한 ‘실천’으로 구성된다”며 “말씀을 재해석하고 전달 수단을 현대화하는 일이 한국 불교가 재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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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