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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는 치솟고…팔자니 매매는 없고…소상인 울상

2017-06-09 (금)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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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주 재계약 조건 렌트 2-3배까지 인상 운영 포기 속출

▶ 매물 내놔도 동종업계 매물수 늘고 가격은 최대 반값 하락

렌트는 치솟고…팔자니 매매는 없고…소상인 울상

사진=이지훈 기자

네일업·세탁업 등 까다로운 설치 규정 업소 매매 더 어려워

뉴욕 일원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렌트가 치솟으면서 부동산 매매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소규모 사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사업체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만큼 매매 계약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업주들은 울상이다.

■사업체 매물 속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이후, 불똥은 소상인들에게 튀고 있다. 재계약 조건으로 건물주들이 많게는 2~3배까지 렌트 인상을 요구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업소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퀸즈 플러싱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던 한인 A씨는 리스 재계약을 포기했다. 건물주가 재계약에 앞서 500스퀘어피트인 이 매장의 월 렌트로 5,500달러를 요구한 것. 작년까지 렌트는 약 3200달러였다. A씨는 “직원 2명과 어떻게든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버텨 보려고, 건물주에게 사정도 해봤지만 결국 가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지금은 남의 미용실에서 일하지만 마음은 더 편하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건물 내에서 운영, 비슷한 시기에 재계약을 앞두었던 세입자 2명도 재계약을 포기하고 나왔다. 한 네일업주는 “결국 렌트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매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렌트를 건물주가 50~100%씩 올리면 운영이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매매성사
렌트 부담으로 사업을 접을래도, 예전보다 가게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주들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진 4-5년전에 비해 오히려 매물수는 늘어나고 가게 가격은 최대 반값까지 떨어졌다. 오른 렌트를 충족시켜줄 구입자를 찾기 힘들고, 건물주들은 새 테넌트에게 2배나 많은 시큐리티 디파짓을 요구하는 등 매매 계약 성사를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더욱 까다로워진 업종은 새로운 규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네일업과 세탁업이다. 뉴욕 뉴스타부동산그룹은 네일업소 매물이 급증하면서 전문적인 지원을 위해 ‘뉴스타 네일 전문팀’을 이달 구성, 운영하고 있다.

유니스 신 에이전트는 “환기 시설 설치 의무화 규정 등으로 인해, 매장을 내놓을 때 이 설치 비용까지 감안해서 가격을 더 낮춰서 내놔야 한다”며 “환기 시설 설치 여부, 건물주들의 렌트와 디파짓 인상 등 예전에 비해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많아지면서 요즘은 한달 걸릴 거래가 두 달이 걸리는 경우도 속출한다”고 말했다. 환기 시설 설치 규정 때문에 원래 가격에서 10% 더 낮춰서 업소를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아르테스 부동산의 수지 변 대표는 “세탁업계의 경우, 대형 세탁 업체가 치고 들어오면서 소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거기에 대체 솔벤트 기기로의 교체 등이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매 희망자가 나타난다 해도, 건물주들이 내거는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이 과정을 통과해 계약 성사까지의 길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건물주들은 리스 재계약시 렌트 뿐 아니라 시큐리티 디파짓도 기존의 3개월치에서 6개월치로 두 배를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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