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920년대 섹스심벌 발렌티노의 화끈 로맨스·모험

2017-06-16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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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나온 DVD] 족장, 족장의 아들

*족장 (The Sheik·1921) *족장의 아들 (The Son of the Sheik·1926)

1920년대 ‘라틴 러버’와 ‘위대한 연인’으로 불리며 수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던 이탈리아 태생의 수퍼스타 루돌프 발렌티노의 대표작 무성영화 ‘족장’(The Sheik·1921)과 이 영화의 속편 ‘족장의 아들’(The Son of the Sheik·1926)의 복원판이 Kino Lorber에 의해 DVD와 블루레이로 나왔다.

두 영화 모두 아프리카 사막을 무대로 한 화끈한 로맨스와 모험과 액션이 있는 작품으로 원작은 이디스 모드 헐의 소설. 눈으로 연기하는 예쁘장하게 생긴 할리웃 사상 최초의 남성 섹스심벌이었던 발렌티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아랍 족장 변화시키는 사랑의 힘

■‘족장’(The Sheik·사진)

1920년대 섹스심벌 발렌티노의 화끈 로맨스·모험

발렌티노를 일약 빅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다. 서양예술이 동경하는 동양적인 것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무대는 사하라. 파리에서 공부한 젊고 잘 생긴 아랍 족장 아메드 벤 하산(발렌티노)의 개인 파티에 영국에서 온 독립심 강하고 아름다운 다이애나 메이요(애그네스 에어레스)가 아랍여인의 옷을 입고 잠입하면서 두 선남선녀의 파란만장한 모험과 로맨스가 시작된다.

다이애나는 혼자 아랍인 시종을 데리고 사막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아메드에게 납치당한다. 철저히 남성 위주의 세상에서 자란 아메드는 다이애나에게 아랍여인의 옷을 입힌 뒤 자기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나 다이애나는 이에 순종하지 않는다.

아메드는 처음에는 다이애나를 겁탈하려고 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이애나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기를 기다린다. 다이애나는 서서히 아메드의 야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데(스톡홀름 신드롬이다) 아메드가 다이애나를 돌려보내기로 결심한지 얼마 안 돼 다이애나가 아랍인 도적 두목에게 납치된다.

아메드가 단신 사랑하는 여인을 구출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들고 이 과정에서 중상을 입는다. 아메드를 극진히 간호하는 다이애나. 사랑하는 남자가 깨어나면서 두 연인은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메드는 아랍인이 아니라 영국인과 스페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아메드와 함께 사막여행을 하던 부모가 사망하면서 아메드는 아랍족장에 의해 입양된 것.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구성이다.

복원판을 위해 새로 작곡한 벤 모델의 음악이 영화의 무드를 잘 살리고 부록으로 요절한 발렌티노의 장례식 장면 등이 수록됐다.


요절 발렌티노의 마지막 작품

■‘족장의 아들’ (The Son of the Sheik)



촬영과 세트(더글러스 페어뱅스 주연의 ‘바그다드의 도적’ 세트)와 음악 그리고 흥미진진한 모험과 액션과 로맨스가 있는 영화로 발렌티노가 족장과 족장의 아들로 1인 2역을 한다. 전편보다 훨씬 재미있다.

모험심과 독립심이 강한 족장의 젊은 아들 아메드가 순회극단 주인의 섹시한 딸로 댄서인 야스민(빌마 뱅키)이 거리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매료된다.(야스민을 갈증이 난 사람이 샘물을 탐하듯 바라보는 발렌티노의 흡인력 강한 눈이 섹시하다.) 야스민도 이 잘 생긴 남자에게 마음이 이끌린다.

그런데 아메드와 야스민이 달밤에 밀회하는 장소에 야스민의 탐욕스런 아버지와 그의 졸개들이 나타나 아메드를 납치한다. 부유한 족장으로부터 아들의 몸값을 받아내려는 것. 그리고 아메드는 야스민이 자기를 납치하기 위해 거짓으로 애정을 표시했다고 믿고 복수와 증오심에 불탄다.

아메드가 탈출해 이번에는 야스민을 납치한 뒤 자기 처소에 가두고 인정사정없이 다룬다. 사랑이 미움이 된 것. 야스민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야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아메드는 연인을 되찾기 위해 단신으로 호랑이 굴로 뛰어든다. 중과부적이어서 위기에 빠진 아메드를 구출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가 부하들을 이끌고 도착하면서 박진한 액션이 벌어진다. 애그네스 에어레스가 족장의 아내 다이애나로 나온다.

알로이 오케스트라의 드럼을 위주로 한 이국적인 아랍풍 음악이 극적 효과를 북돋는다. 이 영화는 발렌티노의 마지막 영화로 그가 1926년 8월23일 31세로 사망하기 며칠 전에 개봉됐다. 발렌티노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그의 광적인 여성 팬들 중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뉴스가 있었고 장례식에는 무려 100,000 여명의 조문객들이 몰려들어 폭동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을 이뤘었다. 그의 무덤은 LA의 할리웃 포레버 묘지에 있다.

발렌티노의 또 다른 영화들로는 ‘묵시록의 4기사’(The 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 ‘혈과 사’(Blood and Sand) 및 ‘독수리’(The Eagle) 등이 있다. 그런데 당시 여성 팬들의 우상이자 연모의 대상이었던 발렌티노는 여성적인 섬세한 용모 때문에 남자들로부터는 그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받았고 동성애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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