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리해서 좋긴한데 집이 안 팔리네

2017-05-25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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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델링 잘못 하면 주택 처분시 어려움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한 조건이 있으면 다른 한 조건은 갖추고 있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통해 필요한 조건을 갖춘 주택으로 개조해 산다. 리모델링을 실시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편리함이 리모델링의 주목적이지만 주택을 처분해야 할 때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택 구입 뒤 평균 거주 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 팔아야 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잘못 실시하면 주택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치를 떨어트리기도 한다. US 월드&뉴스 리포트가 주택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리모델링 사례를 모아봤다.

■ 침실을 옷장으로 개조


옷장 개수와 공간이 많은 주택이 바이어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조그만 방 하나 크기의 ‘워크인 클로짓’(Walk-In Closet)을 갖춘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주택 시세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워크인 클로짓을 들이기 위해 기존의 침실을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는 주택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 공간을 추가하기 위한 침실 개조 공사를 실시하는 사례가 많다.

워싱턴 D.C.의 한 주택 소유주는 워크인 클로짓을 추가하기 위해 침실 4개중 1개를 개조하는 공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침실 4개중 3개는 지상층에 있었고, 나머지 침실 1개는 지하에 있는 주택이었던 것. 주택 소유주의 희망대로 지상층의 침실 1개를 개조해 워크인 클로짓으로 꾸몄는데 이웃 주민들 대부분이 어린 자녀를 둔 가구였다는 점도 문제였다.

어린 자녀용 침실이 지하에 있다는 점 때문에 집을 내놓았지만 잘 팔리지 않았고 거래도 중간에 수차례 깨졌다. 결국 집이 팔리긴 했지만 시세보다 약 4만~5만달러나 낮은 가격에 팔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가 옷장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바이어들에게는 옷장 공간 보다 침실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고 조언한다.

■ ‘불협화음’ 내는 주방, 욕실 공상

리모델링 수요가 가장 높은 주택 공간이 주방과 욕실이다. 주방과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사용하는 동안 편리하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을 처분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방과 욕실 리모델링을 실시했다고 해서 집이 반드시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매매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방 및 욕실 리모델링이 주택 가치를 떨어트리는 경우는 리모델링이 기타 공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다. 주방과 욕실 공간에만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리모델링을 실시했지만 기타 공간은 여전히 낡은 시설과 디자인일 경우 바이어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공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애완 동물 출입문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주택 소유주는 애완동물을 위한 리모델링도 서슴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애완동물 전용 출입문이다. 애완동물이 집 안팎을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도록 출입문 아래쪽에 조그마한 별도의 출입문을 내는 간단한 리모델링이다.

일부 주택 소유주는 애완동물이 실내에서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침실 문마다 전용 출입문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애완동물 보유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애완동물이 없는 바이어에게는 전용 출입문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전용 출입문이 없는 새문으로 교체하려면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애완동물과 관련된 리모델링 중 최근에는 애완동물 전용 욕실을 추가하는 공사가 큰 인기다. 외부 업체를 통해 애완동물을 씻길 때마다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예 욕실을 들여 밖으로 새는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애완동물 전용 욕실 역시 어떤 바이어에게 집이 팔릴 지 모르기 때문에 주택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의료 목적 리모델링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는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리모델링이 많이 실시된다.

대표적으로 휠체어를 2층까지 이동시켜주는 휠체어 승강기나 ‘앉아서 목욕할 수 있는 욕조’(Sit-Down Bathtub) 등의 시설이 있다. 장애인용 주택 시설 역시 일부 바이어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대부분의 바이어에게는 제거 대상인 무용지물일 뿐이다.

만약 이런 시설들이 노인 전용 주거 단지에 설치됐다면 주택 가치를 올려주는 효자같은 설비가 될 수 있다.

■ 수영장

집을 팔 때 수영장이 있는 집이 더 비싸게 팔릴 것이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수영장 있는 집을 선호하는 바이어층이 생각만큼 두텁지 않기때문이다. 특히 지역에 따라 수영장이 있는 집의 시세가 오히려 더 낮게 형성되는 경우도 많다. 1년내내 기후가 온화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영장이 있는 집은 큰 환영을 받지 못한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수영장이 딸린 집에 대한 바이어들의 첫반응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은 아니지만 관리비 부담이 많이 발생하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수영장과 마찬가지로 스파 시설 역시 관리비와 수리비가 많이 든다는 생각때문에 별로 선호되지 않는 시설에 속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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